호가호위[ 狐假虎威 ]
狐(여우 호) 假(거짓 가) 虎(범 호) 威(위엄 위)
[다른 사람의 권세를 빌려 허세 부림을 비유]
연빈 > 여우가(狐, 여우 호) 호랑이의 위세를 빌리다(假, 빌 가, 가짜 가). 그렇다면 당연히 ‘약자가 강자의 위세를 빌려 폼을 잡는다’는 의미가 되겠네.
아빠 > 맞아, 해석도 간단하고 의미도 비교적 쉽지. 그런데 『전국책(戰國策)』「초책(楚策)」에 나오는 다음의 고사를 보면 알겠지만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비는 방법이 참으로 기상천외해.
전국시대 초나라에 소해휼(昭奚恤)이라는 인물이 있었지.
본래 위나라 출신으로 위나라로부터 뇌물을 받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기도 했지만 여하간 그를 다른 나라들이 매우 두려워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었어.
이 소문이 진짜인지 궁금했던 초나라 선왕이 어느 날 이렇게 물었지.
“북방의 여섯 나라가 우리의 소해휼을 매우 두려워한다는데 사실인가?”
선뜻 나서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
한참 후 오직 강을(江乙)이라는 사람이 나서 그에 대한 자초지종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게 되지.
이 고사성어 ‘호가호위’의 유래가 되는 이야기는 바로 그 내용 중에 포함되어 있던 거야.
“어느 날 백수의 왕인 호랑이가 여우를 만났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잡아먹으려고 했는데 여우가 말합니다.
‘천신께서 여우인 자기를 백수의 왕으로 삼았다. 백수의 왕인 자기를 잡아먹는 것은 곧 천신의 명령을 어기는 짓이다. 못 믿겠으면 자신이 앞서 갈 테니 자신의 뒤를 따라와 보라’라고.
호랑이는 그렇게 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여우를 본 동물들이 모두 도망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호랑이는 여우의 말이 옳다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연빈 > 저런 바보 같은 호랑이!
아빠 > 너도 알겠지. 동물들이 여우를 무서워한 것이 아니라 실은 호랑이를 무서워한 것이라는 사실을. 강을 또한 그런 의미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을 덧붙이고 있지.
“호랑이는 동물들이 자신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겁니다. 지금 임금의 영토는 사방이 5천리, 병사는 일 백만에 육박합니다.
그런데 모든 일은 소해휼이 다 관리하고 있습니다. 지금 여섯 나라가 소해휼을 두려워하는 것은 소해휼 자체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뒤에 임금께서 계시기 때문인 것입니다.“
연빈 > 그럼 뭐야? 소해휼이라는 사람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거야?
아빠 > 그건 모르지. 정말로 소해휼이 위나라와 내통하고 있었는지, 초나라 왕의 위세만을 믿고 허풍을 떨던 인물이었는지, 그리고 이어서 강을은 그런 사실을 자신만이 알고있었기 때문에 소해휼이 자신을 왕과 만나지 못하게 방해했다고까지 주장하는데 과연 그 말이 사실인지.
여하간 ‘호가호위’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분명히 알았잖아! 그럼 됐지.
다음은 흔히 ‘여러 사람이 제멋대로 마구 떠들어댄다’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많은 사람이 떠들어대면 상대하기가 어렵다’는 의미의 ‘중구난방(衆口難防)’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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