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 溫故知新 ]
溫(익힐 온) 故(예 고) 知(알이지) 新(새 신)
[옛 것을 알면서 새 것도 안다는 의미]
연빈 > 아빠, 학교에서 오다 보니까 어떤 컴퓨터 회산데 돼지머리를 놓고 무슨 제사를 지내더라?
아빠 > 아, 고사 지내는 것을 본 모양이구나.
연빈 > 고사? 우리가 배우는 고사성어의 ‘고사’는 아닐 텐데?
아빠 > 물론 아니지. 그 경우는 한자를 ‘告祀(고사)’라고 쓰는데 뜻이 ‘잘되게 해달라고 하늘에 고하는 제사’고, 우리가 배우는 고사는 잘 알다시피 ‘故事(고사)’라고 쓰면서 ‘옛날 이야기’잖아.
바로 이런 차이를 알기 위해서도 한문공부는 아주 중요하지. 여하간 그런 최첨단의 사업인 컴퓨터에 관한 일을 하면서도 돼지머리를 놓고 고사를 지낸다니 참,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모르겠구나.
연빈 > 溫(따뜻할 온), 故(죽을 고), 知(알 지), 新(새로울 신). 그럼 죽은 것을 따뜻하게 해서 새 것을 안다. 알 것 같은데. ‘죽은 것을 따뜻하게 한다’는 말이 좀 이상한 것 같지만.
아빠 > 물론 ‘故’를 ‘古(옛 고)’와 같은 뜻으로 보면 해석이야 간단하지. ‘옛것을 따뜻하게 하여, 즉 오늘에 되살려 새것을 안다’라고. 의미로야 이 정도면 훌륭하지.
그러나 느낌이 좀 달라. 이 ‘온고지신’의 본래 의미가 ‘옛것, 아직도 남아있는 것은 물론이요 이미 없어진 것 중에서도 필요한 것이면, 아니 반드시 되살려내야만 할 것이면 그것을 되살려낼 때라야 새로운 것을 알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지.
연빈 > 약간 차이가 나는 것 같긴 한데. 굳이 그렇게까지 구분해야 할까?
아빠 > 글쎄, 엄밀하게 구분하지 않아도 의미를 이해하는데는 별 지장이 없지. 다음의 자세한 설명을 보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거라.
온고지신’(溫故知新)’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 공자의 『논어(論語)』에 나온다.
유가의 시조인 공자는 복고주의(復古主義 : 옛것을 회복하고자 하는 생각)를 숭상한 인물인데, 그가 주장한 ‘복고(復古)’의 ‘古’는 옛날 주나라 시대의 문물을 가리킨다.
이런 배경에서 고사성어 ‘온고지신’의 유래가 되는『논어』「위정(爲政)」편에 나오는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 : 옛것을 되살려 새것을 알게 되면 스승이 될 수 있는 법)’을 살펴보면 ‘옛것’이라는 것이 바로 주나라의 문물들, 자세히 말하면 남아 전해진 것은 물론이요 없어진 것들 중에도 복원한 필요가 있는 것들은 살려내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보겠다.
물론 그것까지 해야 되고 또 그것에 의지하여 새로운 것들을 알아야 진정한 스승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허나 현대의 의미에서야 어디 그렇게 빡빡한 해석이 반드시 필요하랴!
다만 스승이란 단순히 학문전달 만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하는 사람인데, 그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려면 바로 과거에 대한 올바른 시각 내지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는 것만은 분명하겠지.
연빈 > 설명을 들으니 ‘溫故’의 ‘故’를 아빠가 설명한 대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겠어.
아빠 > 그래, 조금이라도 그런 기분이 들었다면 다행이다.
다음은 옥과 돌이 함께 섞여서 구분이 쉽지 않다는 ‘玉石混淆(옥석혼효)’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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