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충동[ 汗牛充棟 ]
汗(땀 한) 牛(소 우) 充(채울 충) 棟(기둥 동)
[책이 매우 많음을 비유]
연빈 > 참, 도서관 벽에 이 말이 붙어있어 아빠한테 몇 번이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아빠 > 우선 글자부터 살펴보자. 汗(땀, 한), 牛(소, 우), 充(채울, 충), 棟(기둥, 동). 어때? 말을 만들 수 있겠어?
연빈 > 소를 땀나게 하고 기둥을 채우다? 아! 소가 끄는 마차에 실으면 소가 삐질 삐질 땀을 흘릴 정도로 분량이 많고, 집의 기둥은 위로 쭉 올라가 있으니 그 기둥을(사방의 기둥으로 보면 그 공간을) 꽉 채울 정도로(그냥 기둥으로 보면 쭉 뻗어 올라간 기둥 꼭대기까지 채울 정도로) ‘책이 많다’는 의미가 될 수 있겠네.
그렇다면 도서관에 이 말이 붙어있는 것은 당연하겠군.
아빠 > 기가 막히게 맞혔다. 아주 정확해. 하지만 이 고사성어의 유래가 되는 유종원(柳宗元)이라는 시인의 「陸文通先生墓表(육문통선생묘표)」에서는 어감이 약간 달라. 한 번 느껴 봐.
유종원이 지은 「陸文通先生墓表(육문통선생묘표)」의 대략 내용.
『춘추(春秋)』가 지어진 것은 대략 1500년 전이다.
그 동안 『춘추』에 대해 주석을 붙인 사람이 다섯인데 지금은 세 사람의 것만 통용되고 있다. 아주 쓸 만한 것이 그렇다는 것이지 이것저것 온갖 주석들을 모을라치면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들이 지은 책을 집에 두면 필경 대들보에까지 닿을 것이고 수레에 싣는다면 소들이 땀을 흘릴 정도일 것이다.
연빈 > 분명히 많긴 많다는 건데 그 의도가 왠지 좀 심상치 않은데.
아빠 > 그렇지? 『춘추』는 춘추시대의 역사를 기록한 책인데, 그 속에 후세에 ‘춘추필법’이라 전해지는 공자의 일정한 원칙과 철학을 담았다고 해서 더욱 유명해졌지.
그래서 그런지 『춘추』에 대해 주석을 다는 일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기본 생각은 분명했지만 그런 만큼 책 읽는 사람이라면『춘추』에 대해 주석을 달고 싶어하는 염원은 누구나 있었겠지.
그런 세월이 1500년이니 막말로 개나 소나 자신의 역량을 따지지 않고 『춘추』에 대해 달아놓은 책들의 양이 엄청나지 않았겠어?
「陸文通先生墓表(육문통선생묘표)」에서는 그런 점을 은근히 비꼬는 ‘쓸모 없는 많은 책’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것일 뿐인데 지금은 ‘쓸모 없는’이라는 말이 없어지고 ‘많은 양의 책’이라는 의미로만 쓰이게 된 것이지.
어이없는 경우랄 수도 있겠지만 많은 양이 있어야 그 중에 괜찮은 것도 있을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여하간 우선은 우리도 많이 읽고 많이 써야 되지 않을까?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즐겨찾기추가
경제
프린트
스크랩
메일전송
댓글달기
목록
이전
맨위로
메일보내기
더보기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