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 天高馬肥 ]
天(하늘 천) 高(높을 고) 馬(말 마) 肥(살찔 비)
[하늘이 맑고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을 비유]
연빈 > 여름방학 지나고 나면 지겹게 듣는 말이잖아! ‘하늘(天, 하늘 천)은 높고(高, 높을 고) 말(馬, 말 마)은 살찌다(肥, 살찔 비)’로 해석되는 ‘독서하기에 좋은 가을’의 의미. 이런 고사성어만 나오면 누워서 떡 먹기일 텐데.
아빠 > 그래? 과연 그럴까?
연빈 > 아빠의 그 말은 무슨 의미야? 내가 말한 게 틀렸다는 거야?
아빠 > 틀렸다고 볼 수도 없겠지. 지금이야 단순히 ‘가을’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본래는 ‘가을의 특징을 말함으로 변방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변방의 사정, 즉 흉노의 침범을 알려준다’는 의미가 있었지. 그 이유는 흉노들 때문이었는데, 『한서(漢書)』「흉노전(匈奴傳)」을 보면 그와 같은 사정을 알 수 있어.
흉노(匈奴)라고 하면 대략 2000년 동안이나 한족을 괴롭혔고 서방으로 이동하여 게르만족의 민족이동을 유발시켜 로마를 완전히 멸망케 한 장본인들이다.
애물단지였던 이 흉노를 막기 위해 진시황은 만리장성을 쌓았고 한나라 때는 정벌도 했지만 주로 미인이나 왕녀를 보내는 회유책을 썼다.
이태백의 시에 나오는 왕소군(王昭君) 이야기는 그 시대 흉노가 얼마나 큰 두통거리였던 가를 알려주는 단적인 예라 할 것이다.
흉노들은 일정한 지역에 한하지 않았다.
거의 중국 전역을 상대로 말을 타고 바람처럼 공격하고 달아나는 수법을 썼기 때문에 방비 자체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였다.
특히 가을이 되면 여름내 풀을 배부르게 먹은 말들은 살이 오를 대로 오르게 되는 반면 초원의 풀들은 모두 메말라간다.
흉노의 입장에서는 겨울 양식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해서 그들은 바람처럼 이곳저곳을 누비게 된다.
한편 그 반대인 한나라 군사의 입장에선 이 흉노의 가을 요동을 방비해야만 했는데, 가장 골치 아픈 지역이 바로 수천리를 두고 이어지는 변방, 즉 국경 지역이었다.
“그놈의 흉노들이 또 몰려오겠지.”
하늘이 높아지고 말이 살찌는 계절, 즉 가을이 되면 흉노를 공격을 준비하느라 한나라 병사들은 방비를 준비하느라 여하간 변방 지역은 야단법석이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한서』「흉노전」에는 ‘가을이 되면 말이 살찌고 활쏘기가 강화된다’는 기록이 보일 정도였다.
연빈 > 그렇다면 본래대로 한다면 ‘천고마비’의 계절에는 독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잖아. 흉노는 흉노대로 한나라 군사는 한나라 군사대로 전투 준비에 여념이 없을 테니까. 그럼 가을엔 독서하지 말고 전투를 피해 단풍놀이나 가야하나?
아빠 : 어라, 이 녀석이 이제는 제법 능청을 다 떨 정도네. 너스레 떠는 모양새는 좀 그래도 고사성어에 대해 나름대로 일가견이 생긴 것 같아 아빠는 기분이 좋은데!
여하간 유래가 어떻든 지금은 ‘천고마비’가 ‘독서하기 좋은 가을’의 의미인 것은 분명하지.
다음은 책이 아주 많다는 의미의 ‘한우충동(汗牛充棟)’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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