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학아세[ 曲學阿世 ]
曲(굽을 곡) 學(배울 학) 阿(언덕 아) 世(대 세)
[배운 학문을 왜곡하여 세상에 아부하며 출세하려는 태도나 행동을 이르는 말]
연빈 > 배운 것(學, 배울 학)을 구부려(曲, 굽을 곡) 세상(世, 인간 세, 세상 세)에 아부하다(阿, 아부할 아). 이 말은 많이 들어봤어. ‘배운 대로 소신껏 자기의 뜻을 펼 일이지 세상에 아부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선생님이 여러 번 말씀해 주셨어.
아빠 > 그래? 정확해서 아빠가 굳이 덧붙일 말이 없구나. 사마천의 『사기』「유림열전(儒林列傳)」에 나오는 다음의 고사를 말해 주는 것 말고는.
전한(前漢) 4대 황제 경제(景帝)는 즉위하자마자 널리 숨은 인재들을 불러모으기 시작했지.
부름을 받은 수많은 인재들 중에는 원고생(轅固生)이라는 90이 된 노인도 끼어있었어.
백발을 휘날리며 ‘결코 젊은 놈들에게 질 수 없다’는 패기를 불태우며 조정에 들어온 이 인물은 산동 지방에서는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시의 달인이었지.
성격이 대쪽 같아 바른 말을 참지 못하고 한 번 주장하면 물러서는 법이 없어 ‘直言一徹居士(직언일철거사)’라고 불리고 있던 이 인물의 등장은 조정에 회오리를 불러오게 되었어.
기회주의, 적당주의에 물들어 있던 인사들이 모함하기 시작했던 거야.
“원고생은 이미 90줄에 들어 노망기가 있다하니 차라리 시골에 처박혀 증손자들의 재롱이나 보면서 말년을 편하게 보내게 내버려두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경제는 아랑곳없이 이 늙은 선비의 편을 끝까지 들어주어 그야말로 죽을 때까지 자신의 곁에 두게 돼.
한편 원고생과 함께 부름을 받은 인물로 같은 산동 출신인 공손홍(公孫弘)이라는 인물이 있었어.
패기에 넘친 소장 학자로 천하에 이름이 자자한 원고생을 알고는 있었지만 세대차도 나도 특히 그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저승길이 멀지 않은 늙은이가 세상을 알면 얼마나 알 것인가?’하면서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지.
원고생 역시 나 몰라라 하며 지냈는데, 우연히 둘 만이 마주하는 기회가 온 거야.
그러자 원고생이 진심 어린 충고를 하게 되는데 ‘곡학아세’라는 고사성어는 바로 그 말 가운데 나오고 있어.
“지금 학문의 진정한 도(道)는 문란해지고 속된 설(說)들이 판을 치고 있소. 이런 상태로 간다면 유서 깊은 학문의 전통은 무너질 게 뻔하오.
듣자하니 그대는 나이도 젊거니와 진정 학문을 아끼고 사랑하는 선비라 합디다. 부디 올바른 학문을 공부해서 세상에 널리 그 올곧은 뿌리를 내려주시오.
결코 자기가 믿는 배운 바를 굽힌다거나(曲學) 세상의 속물들에게 아부하는(阿世) 일이 없도록 하시오.”
연빈 > 참 대단하신 분이네. 그런데 공손홍이라는 사람은 원고생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는데 그 충고를 듣고 반응이 어땠어?
아빠 > 어떤 경우든 진심 어린 충고는 통하는 법이잖아. 원고생의 인격과 탁월한 학식에 감복해서 스스로 부끄러움을 깨닫고 즉석에서 제자가 되었다고 해. 고수가 고수를 알아본 걸까?
다음은 지나친 의심을 경계하라는 ‘의심암귀(疑心暗鬼)’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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