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풍우[ 滿城風雨 ]
滿(찰 만) 城(성 성) 風(바람 풍) 雨(비 우)
[끊임없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림]
연빈 > 아빠, 정말 해석은 간단한 것 같아. ‘바람과 비가 성을 꽉 채운다’라고.
아빠 > 그렇긴 한데, 확실한 의미가 잘 잡히지 않는 말이야. 우선 『냉재야화(冷齋夜話)』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고사를 보기로 하자.
영감(靈感)!
아무 때나 막 떠올라 주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아 늘 고민인 것!
순식간에 스치는 바람과 같은 것이기에 어쩌면 더욱 소중한 그 무엇!
송나라 시절 황주 땅에 반대림(潘大臨)이라는 선비가 살았다.
어느 날, 글을 짓기 위해 고심 고심하고 있는데 벌컥 방문을 여는 사람이 있었다.
“방세, 준비됐나?”
집주인의 이 한 마디가 모처럼 떠오른 시심을 완전히 앗아가 버렸다.
이런 일이 자주 있었던지 후일 사무일(謝無逸)이라는 친구에게 쓴 편지에 이런 내용과 아울러 이 고사성어 ‘만성풍우’가 나오고 있다.
아! 가을이네. 대자연의 풍광이 너무나 아름다워 온갖 시상이 떠오르네.
그 왔다 갔다 흔들리는 시상의 끝자락을 잡으려 한가로이 의자에 걸터앉아 마음을 모두네.
숲 속에서 들려오는 바람과 빗소리가 순간 정신을 일깨웠네.
그래서 벽에다 글을 썼지.
滿城風雨近重陽(만성풍우근중양)
가까스로 이 한 구절을 쓰고 돌아서 다시 시심을 모두는 중이었어.
아뿔싸! 또다시 ‘방세, 준비됐나?’하는 그 목소리.
시흥은 조용히 가라앉았네.
덕분에 자네에게는 이 한 구절만 써 보낼 수밖에..
연빈 > 그럼 ‘만성풍우’가 ‘방세를 재촉하는 집주인의 성난 목소리’인가?
아빠 > 글쎄, 그렇게 봐도 재미있겠다. 하지만 ‘성을 가득 채운 바람과 비, 즉 명절을 준비하는 여러 가지 모습들을 보니 중양절(9월 9일. 우리의 추석)이 가까웠구나’라고 해석되잖아?
그러니 생각의 실마리는 숲 속에서 들려오는 바람과 비에서 잡았지만 사람들이 사는 모습과 연결시키고 전체적으로 가을이라는 자연의 정취를 표현한 명문장이라 할 만하지.
그렇기 때문에 비록 한 구절이고 지금은 그 중에서도 ‘만성풍우’ 네 글자만 주로 사용되지만. 그러니 가을의 정취를 표현한 글로 많은 사람들이 인용할 수밖에.
연빈 > 그럼 이 말의 의미는 ‘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가 되는 거야?
아빠 > 그렇지. 이런 고사성어야말로 고사를 모르고서는 정말 알기 어려운 경우지.
다음은 방문객이 없어 한산하다는 의미의 ‘문외작라(門外雀羅)’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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