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무봉[ 天衣無縫 ]
天{하늘 천) 衣(옷 의) 無(없을 무) 縫(꿰멜 봉)
[시나 문장 따위가 너무나 매끄럽게 잘 되어 흠이 없음을 비유]
아빠 > 연빈아, 혹시 ‘시성(詩聖)’이니 ‘시선(詩仙)’이니 하는 말을 들어본 적 있니?
연빈 > 있어. 시성은 시에 있어 성인의 경지였다고 하는 두보(杜甫), 시선은 시에 있어 신선의 경지였다고 하는 이백(李白)을 말하는 거잖아.
아빠 > 그렇지. 그 중에서도 신선에 비유됐던 이백 같은 시인을 ‘천의무봉(天衣無縫)의 시인’이라고도 하지. 縫(봉)자가 ‘꿰맬 봉, 꿰맨 자리 봉, 바느질할 봉’인 것을 알면 그 말의 의미를 쉽게 추측할 수 있을 거야.
연빈 > ‘하늘의 옷에는 꿰맨 자국이 없다.’ 그렇다면 ‘인간이 한 것이라 할 수 없는 아주 완벽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겠네.
아빠 > 옳지. 『영괴록(靈怪錄)』이라는 아주 이상한 책에 나오는 다음의 고사까지 보게 되면 의미가 더 확실해지지.
어느 여름날, 곽한(郭翰)이라는 사람이 평상에 벌렁 누워 더위를 피해보려 애쓰고 있었다.
그때 아스라이 먼 하늘로부터 하나의 물체가 구름처럼 그의 곁으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여자! 그것도 지극히 아름다운 여자였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그가 물었다.
“누, 누구십니까?”
“하늘에서 잠시 다니러온 직녀(織女)예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그녀의 대답에 어리둥절해진 곽한은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그녀의 금방 녹아내릴 듯한 치맛자락과 보석을 녹여 만든 듯한 의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어느 곳이나 실로 꿰맨 자국이 없었다.
궁금해진 곽한이 물었다.
“참으로 이상하게 이 옷에는 꿰맨 자국이 없네요.”
“하늘의 옷에는 실을 사용하지 않는 답니다.”
그래도 믿을 수가 없어 이곳저곳 뚫어지게 살펴보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바늘자국이나 실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늘의 옷에는 바늘이나 실을 사용하지 않지요.”
직녀는 오직 이 말만을 되풀이 할 뿐이었다.
그야말로 날개옷이라 할 만한 하늘의 옷을 입은 직녀는 그로부터 꼭 일 년 후 하늘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이후 곽한은 더 이상 그 어느 여자에게도 마음을 줄 수 없었다.
연빈 > 아, 그래서 ‘글이 아주 아름답고 매끄러워 손질이 필요 없다’ 또는 그런 재주나 작품을 말하는 거로구나.
아빠 > 그렇지. 이백과 같은 시인 또는 이백의 작품을 말할 때 쓰지. 물론 지금이야 꼭 그런 경우에만 쓰는 건 아니고, 좀 완화하여 괜찮은 상태나 작품을 칭찬해 줄 때도 많이 쓰지. 다음은 투자 중에 사람에 대한 투자가 으뜸이라는 ‘기화가거(奇貨可居)’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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