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전성시[ 門前成市 ]
門(문 문) 前(앞 전) 成(이룰 성) 市(저자거리 시)
[권세가에게 찾아오는 사람이 매우 많음을 비유]
연빈 > 해석이야 ‘문(門, 문 문) 앞(前, 앞 전)에 시장(市, 저자거리 시)이 이루어진다(成, 이룰 성)’로 간단한데, 의미는 쉽게 다가오지 않아.
아빠 > 이렇게 생각해. 문 앞이 시장처럼 복잡해지니까 우선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것만은 분명하지. 그런데 모여드는 사람들의 생각이 뭔가 꿍꿍이가 있다.
연빈 > 그렇지만 좋은 생각을 가지고 모여드는 경우도 있잖아?
아빠 > 그걸 알기 위해 『한서(漢書)』「정숭전(鄭崇傳)」에 나오는 고사가 필요하지.
괜찮은 왕들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닌가 보다. 애제(哀帝)!
괜찮았다고 알려진 후한의 성제(成帝)를 이은 황제인데, 나이도 어리고 본래 믿음직스럽지 못했는데 ‘동현(董賢)’이라 불리는 미소년들과의 유희를 즐기는 동성애자이기도 했다.
황제가 이 모양이니 나라는 당연히 외척인 부씨(할머니), 정씨(어머니) 일족의 차지였다.
많은 충신들의 충고와 간언들이 있었지만 애제에게는 그야말로 소귀에 경 읽기였는데, 충고조차 뜸해져갈 무렵 정숭(鄭崇)이라는 사람이 나섰다.
본래 이 정숭은 명문거족 출신인데다가 동생 정입이 대사마 부희와 동창인 관계로 천거되어 고관에 임명된 처지였으므로 가만히 있기만 해도 될 인물이었다.
그러나 외척의 횡포와 부패를 알게되면서 참기 어려운 날들을 보내며 차일피일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그 당당한 태도와 기품으로 인해 언뜻 귀를 기울이는 듯하던 애제는 직간(直諫, 윗사람이나 권력자 등에게 거리낌 없이 그의 잘못을 지적하여 충고하는 일)이 자신의 동성애 문제로 번지자 노골적으로 눈살을 찌푸리고 싫은 내색을 숨기지 않게 되었다.
이런 황제의 마음을 재빨리 이용하려는 자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상서령 벼슬에 있는 조창(趙昌)이었다.
오랫동안 시기 질투하던 상대에 대한 공격인지라 그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승은 궐 밖의 종족들과 내통하고 있으니 경계가 필요합니다. 소신의 생각으로는 일이 발생하기 전에 단호하고 적절한 조치를 해야한다고 사료됩니다.”
그 일의 사실 여부는 차치(且置, 내버려두고 문제삼지 않음)하고 여하간 보기 싫은 정숭을 제거할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된 애제가 회심의 일격으로 하는 말에 바로 이 고사성어 ‘문전성시’가 쓰이고 있다.
“너의 집 대문 앞은 마치 시장마당처럼 많은 사람이 들끓고 있다면서!”
연빈 > 정숭은 그냥 당하기만 하나?
아빠 > 그럴 리가 있나? ‘신의 대문 앞이 시장마당 같다해도 신의 마음은 물과 같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하지. 하지만 죄를 받게 되는데, 그를 옹호했던 사예 벼슬의 손보 역시 파면되어 서인으로 강등을 당해.
여하간 애제는 ‘문전성시’를 ‘높은 자리에 있는 자가 물건과 함께 교제하려는 자를(흑심을 품고) 끌어 모은다’는 좋지 않은 의미로 사용한 것이 분명해.
물론 지금은 그런 좋지 않은 일을 경계하라는 의미로도 사용하지만 이렇든 저렇든 ‘많은 사람이 몰려든다’는 의미인 것만은 분명해.
다음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의 ‘양두구육(羊頭狗肉)’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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