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록위마[ 指鹿爲馬 ]
指가(리킬이지) 鹿(사슴 록) 爲(할 위) 馬(말 마)
[윗사람을 농락하고 권세를 함부로 부림을 비유]
연빈 > ‘사슴(鹿, 사슴 록)을 가리켜(指,. 가리킬 지) 말(馬, 말 마)이라 한다(爲, 할 위)’. 간단하네. 그런데 내용은 말도 안 되네.
아빠 > 바로 그 ‘말도 안 된다’는 말이 바로 ‘지록위마’야. 해석뿐만 아니라 ‘어떤 사실을 억지로 속이려한다’는 의미 또한 별로 어려울 것이 없지만 사마천의 『사기』「진시황본기(秦始皇本紀)」에 나오는 고사를 보게되면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무섭고 허무한지를 알게 되지.
영원히 죽지 않을 것 같았던 진시황이 죽었다.
태자 부소(扶蘇)를 후계자로 삼고 싶어했지만 현명한 왕이 필요치 않았던 재상인 이사나 환관인 조고 등은 유지를 위조해 가면서까지 동생 호해(胡亥)를 왕위에 앉힌다.
“짐은 천하의 쾌락이란 쾌락은 전부 갖다놓고 그 속에서 일생을 보내고 싶다.”
즉위하자 했다는 말을 보면 개인의 됨됨이는 고사하고 진나라도 이제 끝났다는 느낌이다.
본래 시원치 않은 놈인데 시원치 않은 짓거리까지 한다니 괜찮은 생각을 갖지 않은 놈들은 그야말로 신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선두주자가 바로 환관 조고(趙高).
그 조고가 호해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을 만한 맞장구를 친다.
“정말 훌륭하신 생각이옵니다. 그러려면 우선 법을 엄하게 하고 형벌을 가혹하게 해서 백성들로 하여금 법 무서운 줄을 알게 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선제 때부터 있던 대신들을 완전히 물갈이하고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할 수 있는 새로운 인재들을 등용시킨다면 그 후에 폐하께서 하실 일이야 오직 편하게 즐기시는 일 말고 무엇이 있겠습니까?”
이 역전 홈런에 버금갈 아부성 발언으로 탄력을 받은 조고는 그야말로 승승장구, 진시황 이래로 경쟁상대였던 이사를 죽이고 대신 재상이 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욕심은 욕심을 낳는 법. 손수 황제의 자리에 앉고 싶었던 조고는 과연 대신들이 자신의 의도를 따라줄 것인가를 시험하는데, 이 ‘지록위마’는 그를 위한 일종의 시험문제라 할 것이다.
어느 날, 조고가 사슴을 한 마리 잡아 호해에게 바치면서 말한다.
“폐하께 말 한 마리를 바칩니다.”
“이건 분명 사슴인데 승상은 말이라 하니 어디 자세히 볼까나. 이게 사슴인가? 말인가?”
이렇게 농담조로 중얼거리며 좌우를 둘러본 황제의 행동으로 인해 대신들은 자신들의 소신을 피력할 수 없었던 반면 조고는 ‘사슴을 말이라 한 대신들만 죽이지 않는다’는 음모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연빈 > 그 후에 조고가 황제가 되긴 되나요?
아빠 > 되지 못해. 호해를 죽이기까지는 했는데 그런 와중에 나라 곳곳이 반란으로 소란스러워져.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부소의 아들인 자영에게 황위를 계승시켰는데 이 일이 도리어 화근이었지. 후에 그 자영이 조고를 죽이게 되니까.
다음은 ‘왕의 남자’에 관계되는 ‘문전성시(門前成市)’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수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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