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臥薪嘗膽 ]
臥(엎드릴 와) 薪(섶나무 신) 嘗(맛볼 상) 膽(쓸개 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온갖 고난을 참고 견딤의 비유]
연빈 > 이것도 많이 들어본 말이야. ‘복수하기 위해 자나깨나 그 수치스러움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의미잖아?
아빠 > 그렇지. 글자대로 본다면 와신[臥薪 : 땔나무에 누워 잠자면서(원한을 잊지 않으려 애쓰고)]과 상담[嘗膽 : 쓸개즙을 씹어가면서 (원한을 잊지 않으려 애쓰다)]이 합해져서 이루어진 말이지.
연빈 > 역시 고사가 있겠네.
아빠 > 물론이지. 사마천의 『사기』「월세가(越世家)」편에 나오는데, 다른 고사성어들과는 달리 다음과 같이 두 사건이 함께 어울려 이루어진 고사성어야.
‘일모도원’이라는 고사에 등장하는 오왕 합려가 월(越)나라 왕 구천(句賤)과의 전투에서 패해 목숨을 잃게 되는 때가 BC 496년, 지금으로부터 어언 2500년 전의 일이야.
이 합려는 죽으면서 아들 부차(夫差)에게 자기의 원수를 갚아줄 것을 부탁하는데, 이 유언을 지키려는 부차의 몸부림은 실로 눈물겨웠지.
밤마다 울퉁불퉁하고 딱딱한 땔나무 장작을 깔고 누워 복수심을 불태웠고, 자기의 처소에 드나드는 사람들로 하여금 매번 “내 아들 부차야! 너의 아비를 죽인 월의 구천을 잊지 말거라!” 외치게 했어.
그리고 자기는 “그럼요. 잊지 않고 있습니다. 3년 안에 반드시 원수를 갚겠습니다.” 대답했지.
물론 부지런히 무공을 닦고 군사를 조련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지.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복수의 순간은 의외로 이상하게 찾아왔어.
이런 부차의 사정을 알게 된 월왕 구천이 조바심이 나서 군사를 일으키게 된 거야.
더 커지기 전에 아주 없애버리려는 심산이었겠지만 충신 범려(范蠡)도 충고했던 것처럼 때가 아니었던 거야.
구천은 복수심에 불타는 오나라 군사를 당할 수 없었지.
나라를 포기하고 오왕의 신하가 된다는 조건으로 항복한 후에야 목숨을 구하게 되는데 여기까지가 ‘와신(臥薪)의 고사’.
사실 패한 구천은 자결하려고 했지.
그러나 복수도 목숨이 붙어있어야 가능하다는 범려의 눈물어린 충고를 듣고 잠시 목숨 끊기를 보류했다고나 할까?
여하간 그 후 완전히 딴 사람이 된 월왕 구천의 복수에의 집념은 ‘와신’으로 표현되는 부차의 그것보다 한 수 더 높았지.
소나 돼지의 쓸개를 핥으며 복수에의 결의를 다지고, 손수 밭을 갈고 김을 매는 것은 물론 부인까지 손수 베를 짜 검소한 의복을 입었지.
아랫사람들의 충고를 듣게된 것은 물론이고.
이런 구천에게 복수의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없었겠지.
하지만 복수란 쉬운 일이 아닌지라 항복한 지 12년이 지나 일시적인 우세를 점하고, 다시 4년 후 크게 무찌르게 되고 나서도 다시 2년이 지나서야 완전한 복수를 하게 되는데 이 때까지가 ‘상담(嘗膽)의 고사’.
연빈 > 와, 한 편의 긴 소설 같아.
아빠 > 그렇지? 복수를 위한 것이라는 게 좀 마음에 걸리지만 여하간 어떤 일을 할라치면 부차나 구천 같은 독한 마음도 때론 필요할 거야.
다음은 내용이 약간 기분 나쁠 수도 있는 ‘지록위마(指鹿爲馬)’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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