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동풍[ 馬耳東風 ]
馬(말 마) 耳(귀 이) 東(동녘 동) 風(바람 풍)
[남의 의견이나 충고를 귀담아 듣지 아니하고 흘려버리는 태도를 비유]
연빈 > 아, 이 글자들은 다 알아. 그럼 ‘말(馬, 말 마) 귀(耳, 귀 이)에 동쪽(東, 동쪽 동)에서 부는 바람(風, 바람 풍)’이라는 뜻이네.
아빠 > 이제는 정말 잘하는데.
연빈 > 헤헤, 이 정도야 이제는 기본이지.
아빠 > 까분다. 그럼 ‘동풍’이 뭐야?
연빈 > 동풍이 동풍이지 뭐야?
아빠 > 그것 봐. 금세 막히잖아. 봄에는 바람이 보통 동쪽에서 불어오기 때문에 봄바람을 ‘동풍’이라고 하는 거야. 그런 사실은 몰랐지?
연빈 > 에이, 그것까지야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그렇다면 ‘말의 귀에 봄바람’이 되는 거야?아빠 > 그렇지.
연빈 > 그래도 이상하잖아. 말의 귀에 봄바람이 뭐 어쨌다는 거야?
아빠 > 이 경우에는 ‘봄바람’이라는 것을 좀 생각해 보아야 해. 봄이 되면 어때?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따뜻해지면 사람도 말도 좀 싱숭생숭해지는 것이 정상이잖아. 그런데 이 말이라는 놈은 그 포근하고 따스한 봄바람이 귀에 불어와도 아무런 감각이 없어. 뭐 집히는 거 없어?”
연빈 > 아, 아주 멍청한 말이구나. 가끔 엄마의 말에 대꾸하지 않는 아빠에게 엄마가 ‘쇠귀신 같은 인간’이라고 할 때의 그 ‘쇠귀신’같은 건가?
아빠 > 예끼, 이놈. 갖다 붙이긴 잘 붙이는구나. 여하간 ‘마이동풍’은 ‘남의 의견이나 비평 또는 충고 등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말하는 거야. 그런 의미에선 네 말도 그럴 듯 하네.
연빈 > 그런데 아빠. 이 ‘마이동풍’에도 당연히 유래가 있겠지.
아빠 > 아무렴. 고사성어니까 역시 다음과 같은 유래가 있지.
원래 이 말은 「답왕거일한야독작유한(答王去一寒夜獨酌有恨 ; 왕거일이 추운 밤 홀로 술 마시며 한에 젖음에 답한다)」라는 이태백의 아주 긴 시에 처음 나온다.
이 시는 왕십이가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호소하고 이백은 그를 위로하는 것이 주된 내용인데 ‘마이동풍’이 나오는 부분만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世人聞此皆掉頭(세인문차개도두 : 세상 사람들은 이것을 듣고 모두가 머리를 흔드는데)
有如東風射馬耳(유여동풍사마이 : 마치 동풍이 말의 귀를 쏘는 것 같다)
당시 당나라는 닭싸움을 잘하는 자라든가, 약간의 무공을 세운 무인들만이 대접을 받았다.
그러니 왕십이나 이백 같은 문인들은 그저 시나 지으면서 세월을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제아무리 걸작을 써내도 세상에서는 물 한 잔의 값어치도 쳐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백의 한탄이지만. 바로 그런 안타까움과 울화통이 터짐을 이백은 ‘동풍이 말의 귀를 쏘는 것 같다’고 표현한다.
동풍은 봄바람을 의미하니 봄바람처럼 부드러운 존재가 아무리 말의 귀를 쏘아댄다 하더라도 말의 입장에서야 아플 리도 없을 것은 물론 신경조차 쓰이지 않을 것은 뻔할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했을 것이다.
연빈 > 역시 이백인 것 같아. 안타깝긴 하지만 역시 멋있어.
아빠 > 그럼, 시에 관한 한 신선인데. 다음은 멍청한 녀석의 이야기인 ‘각주구검(刻舟求劍)’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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