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거후공[ 前倨後恭 )
前(앞 전) 倨(오만할 거) 後(뒤 후) 恭(공손할 공)
[상대의 입지에 따라 태도가 변하는 것을 비유]
연빈 > 전에는 어땠는데 후에는 공손하더라. 글자 하나만 모르겠다.
아빠 > 아, 그거. ‘倨(거만할 거)’ 자야.
연빈 > 그럼, 전에는 거만했는데, 나중에는 아주 공손하게 된 상태, 즉 상대방의 지위나 상태에 따라 자기의 대하는 태도를 반대로 하는 경우가 되겠네. 사람이 개과천선(改過遷善 : 허물을 고쳐 착한 데로 옮겨가다)했나?
아빠 > 그렇게 어려운 말을 쓰지 않아도 의미는 분명해진 것 같은데? 남은 것은 역시 『사기』「소진장의열전(蘇進張儀列傳)」에 나오는 고사를 살펴보는 것일 테고…
전국시대를 풍미했던 대 유세가 소진(蘇進).
6국의 제후들이 힘을 합하여 강국인 진(秦)과 맞서는 대형을 유지해야한다는 이른바 합종설(合從說)로 여섯 나라의 운명을 위임받을 정도의 위세가가 된 소진이 조나라로 가는 도중 낙양을 지나게 되었다.
아무리 기름이 다한 등잔 같은 신세의 주(周)나라지만 국왕인 현왕(顯王)이 직접 지시를 내려 소진이 지나가는 길을 쓸게 하고 교외까지 사람을 보내 위로할 정도였다면 그 위세가 가히 어느 정도였을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리라.
그 환영 인파 속에 소진의 형제와 아내 그리고 형수가 얼굴도 들지 못한 채 끼어있었다.
특히 형수는 소진이 어려웠던 시절 몹시도 박대했던 전과가 있었는지라 사실상 이곳에 올 처지가 아니었다.
이 모습을 본 소진이 회환을 느끼며 쓴웃음을 지으면서 다음과 같이 형수에게 묻는 말 중에서 바로 이 고사성어, 전거후공(前倨後恭)이 나오고 있다.
“그 전에는 그렇게도 오만하시더니 오늘은 어찌하여 이리도 공손하십니까?”
연빈 > 그 질문을 듣고 형수는 뭐라고 말했어?
아빠 > 계자(季子 : 첫째 시동생인 소진)의 지위가 높고 재물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기어와서 감히 얼굴도 들지 못한 채 말하는 거야. 이 모습을 본 소진은 형수가 밉다기보다 오히려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인생에 대해 회한(悔恨, [뉘우치고 한탄함]이 들었나봐.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을 보면.
‘나 같은 사람도 부귀해지면 보통 사람은 물론 친척들조차 두려워하고 가난하면 업신여기는데 보통 사람들의 경우야 오죽하랴!
만일 내게 낙양성 주위에 손수 경작할 밭 몇 이랑만 있었어도 과연 여섯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지위에 오를 수 있었을까?”
그러면서 천금을 풀어 친척들과 친구들에게 나누어주었대.
연빈 > 마치 성경에 나오는 요셉의 이야기 같네.
아빠 > 꼭 같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일맥상통하는 면이 없진 않은 것 같구나. 서로 비슷한 내용들끼리는 비교해서 공부하는 것도 좋겠지. 기억도 오래갈 수 있을 테고.
다음은 ‘원교근공(遠交近攻)’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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