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 龍頭蛇尾 ]
龍(용 용) 頭(머리 두) 蛇(뱀 사) 尾(꼬리 미)
[시작은 거창하게 하다가 마무리에서 흐지부지함을 비유]
연빈 > 이제야 쉬운 글자가 나오네. 龍(용 용), 頭(머리 두), 蛇(뱀 사), 尾(꼬리 미). 그렇다면 ‘용의 머리와 뱀의 꼬리’. 용은 본래 없는 동물이니 용의 머리라고 하더라고 역시 없는 것을 나타내? 그리고 뱀의 꼬리는 아무래도 다른 동물들의 꼬리에 비하면 역시 꼬리라고 할 수 없지만 약간은 있으니… 그렇다면 처음엔 없다가 서서히 나타난다는 의미인가?
아빠 > 야~, 생각의 순서는 기가 막히는데 처음을 약간 착각했구나, 용은 물론 상상 속의 동물이긴 하지만 없다는 의미보다는 역시 대단한 것을 상징했지. 중국에서 황제를 상징한 것처럼.
연빈 > 그럼 머리는 시작, 처음이니까 처음에는 대단했다가 꼬리에 해당하는 나중, 즉 끝에는 뱀 꼬리처럼 별 볼일 없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네.
아빠 > OK. very good. 역시 불교에서 아주 중요한 책으로 취급받는 『벽암집(碧巖集)』에 나와있는 고사를 보면 의미를 아주 분명히 알 수 있지.
불교에는 화두(話頭)라는 것이 있다.
무엇이라 한 마디로 단정할 수 없는 것이지만 부여잡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일로 정진하는 그 어떤 것인지라 그 화두에 대한 본인의 깨달음 정도를 알아보는 방법 또한 다양하다.
말로 점잖게 알아보는 경우도 있으나 때로는 몽둥이로 패거나 그야말로 알 수 없는 기상천외한 방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이 고사성어 ‘용두사미’는 바로 그 화두로 인해 벌어진 이야기가 유래다.
진존숙(陳尊宿)이란 명승이 주지로 있는 용흥사라는 절에 어느 날 한 낯선 수행자가 찾아들었다.
그 수행자의 도력이 어느 정도인가 궁금했던 존숙스님은 화두를 던지게 된다.
“어디서 오셨는지요?”
그러자 그 수행자는 갑자기 ‘으악’하고 비명을 지르는 것이었다.
“허, 한 바탕 크게 꾸지람을 들었군.”
존숙스님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본격적으로 그 낯선 수행자를 찬찬히 뜯어보았는데 아무래도 오랜 기간 수련한 흔적도 보이지 않고 도력이 풍부하고 깊은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 ‘용두사미’라는 이 고사성어가 나오게 된다.
“사이비∼군. 용두사미야.”
아빠 > 사이비란 한자로 ‘사이비(似而非)’라 쓰는데 ‘비슷하지만 아니다’라는 의미야. 가짜란 말이지.
연빈 > 그런데 참 이상해. 비슷한 것은 그래도 근처까지는 간 거잖아. 가짜는 완전히 아닌 거고.
아빠 > 그렇게 생각하니 그렇지. 진짜만이 진짜지. 진짜 비슷한 것은 가짜야. 바로 이것을 분명히 해야해.
여기서도 ‘용두사미’라는 말은 한 마디로 하면 ‘가짜’라는 말이야. 어법상 점잖게 말해서 처음에는 어쩌구 끝에는 어쩌구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일고의 가치가 없는 ‘가짜’라는 말이야. 선악의 문제도 그렇잖아.
선이면 선, 악이면 악이지 선 비슷한 것은 ‘선 비슷한 것’이 아니라 ‘악’이야. 아주 조심해야 하는 거지.
다음은 ‘조령모개(朝令暮改)’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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