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하청 [ 百年河淸 ]
百(일백 백) 年(해 년) 河(물 하) 淸(맑을 청)
[아무리 기다려도 실현될 수 없다는 뜻으로 믿을 수 없는 일을 언제까지나 기다린다는 것을 비유]
연빈 > 백년 동안 하천이 맑다. 이게 뭐야?
아빠 > 한문에서는 보통 강(江)하면 중국 양자강을, 하(河)하면 황하(黃河)를 나타내지.
연빈 > 그러면 ‘백년 동안 황하가 맑다’. 그래도 전혀 의미를 모르겠는데.
아빠 > 이 고사성어는 말을 만들기가 참 어려워. 물론 알고 나면 그렇구나 하지만. ‘백년이 되도 황하의 물은 맑아질까?’ 이 정도로 말을 만들어야 돼. 그럼 의미를 알 수 있겠지?
연빈 > 그럼 알 수 있겠다. 황하가 보통 누렇다고 하니까 ‘백년이 가도 그 누런 황하가 맑아지지 않는다.’ 뭐 그런 얘기인가 보네.
아빠 > 맞아. 황하가 맑아지려면 보통 천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굳이 백년을 쓴 이유는 맑아지지 않는다는 상태, 다시 말해 ‘실현가능성이 없음’을 나타낸다고 보아야겠지.
그래서 그런지 지금 우리들도 역시 그런 의미로 사용하지. 또 설혹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려 늦는 경우에 쓰일 수가 있겠지.
옛날 아빠도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늦잠 잔다고 꾸지람을 들을 때 다음부터는 안 그런다고 하면 늘 말씀하셨지. ‘이놈, 백년하청이다’라고.
정(鄭)나라가 채(蔡)나라를 공격했다.
당연히 채나라와 동맹을 맺은 초나라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공격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없었으나 겨울에 초나라 명장 자양(子襄)이 정예병을 이끌고 정나라를 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정나라 역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지라 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싸우자는 의견과 항복하자는 의견이 팽팽했다.
항복하자는 쪽의 대표격인 자사(子駟)가 입을 열었다.
“주나라 말에 ‘황하의 물이 맑아지기를 보는 일은 살아 생전에는 어렵다. 즉 불가능하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이러쿵저러쿵 탁상공론만 하고 있는 것은 실속 없는 일에 불과합니다.
차일피일 날짜만 소비하다가는 곤충이 거미줄에 걸린 것처럼 이렇게도 저렇게도 못하는 신세가 될 게 뻔합니다. 정중하게 대국을 기다리는 것이 소국이 취할 자세라 봅니다.”
그러나 맞서 싸워야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소국이 대국을 섬기는 데도 일정한 틀이 있소. 당장 위급하다고 항복해 버리자는 것도 대세가 아니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진나라와 동맹을 맺어 왔기 때문에 우리의 위급함을 진나라가 나 몰라라 방치할 리가 없소.
더구나 초나라 병사들은 여기까지 올 동안 지치고 또 식량도 많이 소모했을 터이니 결코 오래 견딜 수는 없을 것이오.”
연빈 > 결과는 어떻게 됐어?
아빠 > 아쉬운 대로 자사의 의견에 따라 화평을 맺고 큰 위기는 넘겼어. 초나라의 정나라 공격이 각국의 이해관계에 영향력을 미칠 정도의 큰 사건은 아니었던 거겠지.
여하간 이 사건에서 화평론자인 자사가 인용한 주나라 말은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양공(襄公) 8년조(八年條)」에 나오는 말이야. 삼국지의 관우가 너무너무 좋아한. 여기까지가 숫자가 들어간 고사성어야.
다음부터는 두 자로 된 고사성어를 보겠는데 맨 처음은 나이에 관계된‘고희 (古稀)’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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