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지신[ 尾生之信 ]
尾(꼬리 미) 生(날 생) 之(갈이지) 信(믿을 신)
[미련할 정도로 약속에 대한 굳은 신의를 지키는 것을 비유]
연빈 > 꼬리(尾 꼬리 미)가 난(生 날 생) 것을 믿어(信 믿을 신). 이게 뭐야? 도대체 말이 안 되네.
아빠 > 한자가 나오면 무조건 뜻을 따지니까 그렇지. 여기서 미생(尾生)은 사람 이름이야.
연빈 > 에이. 그런 거였어. 그렇다면 간단하지. 미생이라는 사람의 믿음이니까.
아빠 > 그런데 그게 간단하지가 않아. 이 이야기에 관계되는 책이 『장자(莊子)』「도척(盜 )」편과 『사기(史記)』「소진(蘇進)」전인데 문제는 미생에 대한 평가가 각각 다르다는 거야. 그것도 아주 정반대로. 물론 어떻게 보든 다 일리는 있지. 너도 한 번 잘 생각해 보거라.
노나라에 미생이라는 아주 정직한 사람이 살았다. 남하고 약속을 하기만 하면 무슨 일이 있든 반드시 지키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애인에게서 ‘내일 밤 마을 앞개울 다리 밑에서 만나자.’는 데이트 신청을 받는다.
미생은 1초도 늦지 않고 약속 장소로 나갔는데 장난이었는지는 몰라도 여자는 그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끈질기게 기다렸다. 그러나 결국 여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고 있는 사이 개울물이 점점 불어 그의 몸이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발에서 무릎으로, 무릎에서 가슴으로 물은 불어만 갔지만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물이 머리 위까지 올라와 교각에 달라 붙었으나 그 보람도 없이 결국 물에 빠져 죽었다.
이야기는 여기까지로 간단하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 대한 평가는 두 가지로 정반대인데, 전국시대의 유명한 유세가 소진의 경우가 그 하나다.
소진은 연나라 왕을 설득하면서 이 이야기를 하는데, 미생을 신의가 두터운 사나이의 본보기로 거론하고 있다.
또 하나는 장자가 그의 책에서 도척(盜蹠, 춘추전국시대 전설적인 도둑의 이름)이라는 도적의 입을 빌려 하는 다음과 같은 평가다.
“이런 인간은 찢어 죽임을 당한 개, 물에 떠내려가는 돼지, 깨진 바가지를 든 거지와 같이 쓸데없는 명목에 구애되어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아끼지 않는 놈, 진정한 삶의 길을 모르는 떨거지다.”
연빈 > 아빠는 어떤 평가가 옳다고 생각해?
아빠 > 글쎄, 참 애매하구나.
연빈 > 나는 장자의 평가가 더 옳은 것 같아. 미생이 워낙 바보 같아서 말이야.
아빠 > 그래? 그것보다 아빠는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연빈 > 뭐가?
아빠 > 소진과 장자의 평가가 서로 반대로 되어있는 것 같아. 난세를 살아가는 소진의 입장에선 미생 같은 인물이야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보고, 오히려 도에 신경 쓰는 장자의 입장에선 좀 너그럽게 봐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 것 같은 데 말이야. 아무래도 소진이나 장자도 자신의 의도에 따라 평가를 제멋대로 한다고 밖에는 볼 수 없겠어. 우리 역시 그렇잖아. 여하간 여기서는 결론을 내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이쯤 하자. 미생의 믿음이란 어쩌면 꿈일지도 모르니까.
다음은 ‘夢(꿈 몽)’이 들어가는 고사성어를 몇 개 보기로 하자. 우선 유명한 ‘호접지몽(蝴蝶之夢)’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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