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지와 [ 井中之蛙 ]
井(우물 정) 中(가운데 중) 之(갈 지) 蛙(개구리 와)
[우물 안 개구리라는 뜻으로 식견이 좁음을 비유]
연빈 > 아빠, 우물 가운데의 '蛙'가 뭐야?
아빠 > 못 보던 글자지? '개구리 와'자야. 그래서 '우물 속의 개구리'가 되지.
연빈 > 그렇다면 의미는 간단하겠다. 우물 속에서야 뭘 볼 수 있겠어? 하늘이나 쳐다볼까?
아빠 > 그래서 좌정관천(坐井觀天 : 우물 속에 앉아 하늘을 보다)과 같은 의미로 보는 시각, 즉 식견이 좁은 것을 나타내는 말이 되는 거지. 물론 여기에도 고사가 있는데 『후한서(後漢書)』「마원전(馬援傳)」에 나오지.
마원은 전한 말, 왕망이 신이라는 나라를 세우고 후일 광무제가 되는 유수에 의해 주도되는 후한이 그에 대치되는 형세를 이루는 무렵에 활동한 아주 다양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가문의 형제들과 달리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조상의 묘만 지켰던 것도 그렇지만 말단 지방공무원 시절에는 호송 도중 죄수를 불쌍하다고 놓아주고 자신은 도망자가 되기도 했다.
또한 사면을 받고는 농업과 목축으로 큰 부자가 되었지만 "부자의 덕은 남에게 베푸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한낱 수전노일 뿐이다."라면서 전 재산을 남에게 나눠주고 자신은 거지가 되어 유리걸식(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빌어먹음)하기도 한다.
그러던 그가 이 '정중지와'의 주인공이 된 것은 농서 지방의 실력자 외효의 신임이 두터운 부하가 된 것이 계기였다.
당시 촉 땅에는 공손술(公孫述)이 황제라 칭하면서 위세를 떨치고 있었는데, 그 인물에 대한 정보 수집 차 마원이 파견된다.
본래 공손술과 같은 고향으로 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마원은 아름답고 흐뭇한 만남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층계 아래쪽으로 무장병사들을 정렬시키고 짐짓 거만을 떨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옛 정을 봐서 장군으로 삼아줄 테니 여기서 살게."
크게 실망하고 서둘러 돌아온 마원은 외효에게 다음과 같이 보고하게 된다.
"공손술은 정말로 정와(井蛙,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합니다. 예를 갖춰 인재들을 얻을 생각은 않고 거드름만 피우는 꼴이 자그마한 촉 땅이나 차지하고 뽐낼 정도의 위인입니다. 상대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연빈 > 마원이라는 사람은 경력도 다양하지만 사람을 보는 눈도 대단했던 것 같아.
아빠 > 물론이지. 그래서 외효는 마원의 권유대로 공손술과는 관계를 끊고 유수와 관계를 맺지. 이 때도 마원이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은 물론인데, 후일 후한에서 대장군이 되는 마원과 후일의 광무제 유수와의 첫 만남 또한 멋진 하나의 유명한 장면이지.
연빈 > 어떤 말들이 오고 가는데 아빠가 그렇게 감탄을 하지, 참 궁금하네?
아빠 > 유수가 첫 만남에서 말했지.
“경은 두 황제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모양인데 도대체 이유가 뭔가?”
마원 또한 지지 않지.
“지금은 임금이 신하를 선택하는 때기도 하지만 신하가 임금을 택하는 때이기도 하지요. 공손술은 무장 병사를 앞세워 저를 만났는데 폐하께서는 제가 자객인지도 모르는데 호위 병사 하나 없이 만나주시니 오직 감격할 따름입니다.”
역시 큰그릇은 다르다고 할까? 껄껄 웃으며 유수가 말하지.
“보면 아네. 자네는 자객이 아니라, 세객(說客, 훌륭한 말솜씨와 담력으로 여러 곳을 유세하며 다니는 사람)이며 국사야. 공손술과 같은 짓을 하면 자네에게 실례가 되지 않겠나?”
역시 인물은 인물을 알아보는 모양이야. 다음은 약간 헷갈리는 '미생지신(尾生之信)'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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