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육지탄 [ 脾肉之嘆 ]
脾(넓적다리 비) 肉(고기 육) 之(갈 지) 嘆(탄식할 탄)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을 비유]
연빈 > 요즘 다이어트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난린데 바로 그와 같은 경우인 거야?
아빠 > 아빠가 알기 쉽게 말하느라고 ‘살이 찐 것을 한탄한다’고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넓적다리살을 한탄한다’고 해야 되는 거야.
연빈 > 다이어트에선 더 중요한 게 뱃살인데?
아빠 > 그러니까 의미가 약간 다르다니까. 다음 옛날 이야기를 들으면 의미를 정확히 알 수가 있을 거야.
삼국지에 보면 유비를 가장 두려워한 사람은 조조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비가 양자강 중류의 요충지 강릉으로 진출했다는 보고를 듣자 쓰고 있던 붓을 자기도 모르게 떨어뜨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인 것을 보면 말이야.
그건 그렇고 이야기는 그런 일이 벌어지기 십여 년 전, 유비가 조조에게 쫓겨 형주의 유표에게 의탁하고 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조는 원술, 여포, 원소를 격파하고 하북을 장악하고, 이에 맞설 세력으로는 오의 손권이 유일하다 싶을 정도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의탁하고 있는 유표는 겨우 자기 밥그릇이나 챙길 정도의 인물인데다가 자신은 그 유표의 손님 신분으로 신야라는 작은 성을 겨우 맡아 지키는 처지에 불과했다.
더구나 나이도 이미 오십 줄에 접어들고 휘하에 관우, 장비 같은 용장들이 있다하나 변변한 기반 하나 없는 처지였다.
누구라도 고민되고 자신이 안타깝게 여겨질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 날도 유표와 술자리를 하다 변소에 들른 유비는 자기의 넓적다리에 살이 붙은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우째 이런 일이! 술자리로 다시 돌아온 유비는 길게 한탄하며 눈물을 흘리게 된다.
놀란 유표가 그 까닭을 묻는데 이 고사, 즉 비육지탄은 바로 다음과 같은 유비의 대답에서 연유하게 된다.
“아! 전에는 언제나 말안장에서 떠난 적이 없어 비육(脾肉 : 넓적다리살)이 쓸려서 하나도 없었는데, 지금은 말을 타지 않아 넓적다리에 살이 붙어버렸군요. 헛된 세월을 보내 이미 노년이 되려 하는데, 언제나 천하에 뜻을 펴게 될지 실로 암담하여 저절로 눈물이 나온 겁니다.”
연빈 > 맞아. 나도 삼국지를 읽어서 잘 알아. 그 때의 유비 신세가 참 처량했어.
아빠 > 그래. 그러나 이렇게 자기의 비육을 한탄할 정도라면, 요즘말로 하면 평상시 게으르지 않고 늘 준비한다면 누구라도 다시 심기일전해서 마음을 가다듬을 거야. 물론 그 후로 십수 년의 세월이 걸렸지만 유비가 조조와 손권에 맞서는 촉의 주인으로 당당히 서게 됐던 것처럼.
연빈 > 좀 차원은 다르지만 나도 적당히 먹고 살을 좀 빼야겠다. 헤헤.
아빠 > 이런 녀석. 이번에는 살을 뺄 생각만 하지 말고 넓게 크게 생각하라는 의미에서 ‘망양지탄(望洋之嘆)’을 보기로 하자.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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