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수지탄 [ 麥秀之嘆 ]
麥(보리 맥) 秀(빼어날 수) 之(갈 지) 嘆(탄식할 탄)
[조국이 멸망한 것을 한탄한다는 의미]
연빈 > 보리(麥 보리 맥)가 잘 자란 것, 즉 무성한 것(秀 빼어날 수)도 한탄할(嘆 탄식할 탄) 일인가?
아빠 > 그거야 어떤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
연빈 > 입장에 따라서라니?
아빠 > 보통 입장에서야 곡식이 잘 자라면 너무 좋고 감사한 일이겠지. 그러나 아주 좋은 그 상태가 꼴 보기 싫은 경우도 있는 법이지. 물론 여기서야 그런 감정은 아니고 한탄스러운, 아니 아쉽고 안타까운 심정이겠지만.
연빈 > 그렇게 얘기하니 되게 궁금하네. 역시 옛날 얘기를 들어야 하겠지?
은(殷)나라 주(紂)왕. 하나라 걸왕과 함께 고대 중국의 대표적 폭군이다.
이 주왕에게는 목숨을 걸고 충언을 아끼지 않은 미자, 기자, 비간이라는 세 사람이 있었는데, 서로 다른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우선 동복형제였던 미자는 여러 차례의 간언(諫言, 충고하는 말)이 효과가 없자 국외로 망명했고, 기자 역시 망명했지만, 폭군이지만 주군의 수치를 타국에 보이기 싫어 거짓으로 미친 체 하다 결국은 노예 신세가 되고, 왕자였던 비간은 너무 강력한 간언으로 인해 처참한 죽음을 당했다.
후일 은나라가 망하고 주(周)나라 세상이 되자 미자는 은나라의 혈통을 보존한다는 의미에서 송의 국왕으로 봉해졌고, 기자는 주나라 무왕의 자문을 맡다가 후에 조선의 왕에 봉해졌다 한다.
이 ‘맥수지탄’의 고사는 바로 그 기자가 우연히 은나라의 옛 도읍지를 지나다 읊은 다음과 같은 비가(悲歌, 슬픔을 나타낸 노래)에서 나오고 있다.
한때는 호화롭기가 이를 데 없었던 궁궐터에 보리만 무성한 것을 보고 눈시울이 뜨거워졌을 텐데 행여 남이 볼세라 아마 마음 놓고 울지도 못했으리라.
보리 이삭은 죽죽 뻗어있고
벼와 수수의 싹도 기운차구나
저 교동(姣童, 교활한 아이)이
내 말만 들었더라도……
연빈 > 아빠, 그런데 ‘교동’이 뭐야?
아빠 > 그거야 당연히 폭군인 은나라 주왕이지. 간교하고 어리석은 놈이라는 의미에 서 그렇게 말을 만들어 부른 거지.
연빈 > 하긴 안타깝기도 하겠다. 훌륭한 충신들이 목숨을 내놓고 그렇게 충고해도 듣지 않았으니.
아빠 > 그래. 망하려면 아무리 좋은 말도 귀에 안 들리는 법이지. 여하간 맥수지탄은 옛날의 영화롭고 화려한 상태가 황폐해진 것을 탄식하는 의미야. 다음은 살이 찐 것을 한탄하는 ‘비육지탄(脾肉之嘆).’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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