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합지졸 [ 烏合之卒 ]
烏(까마귀 오) 合(합할 합) 之(갈 지) 卒(병 졸)
[까마귀 떼처럼 아무런 규율이나 통제가 없는 집단]
연빈 > 이건 쉽네. 까마귀가 모여있는데, 다 합쳐봐야 장군도 아닌 졸개라는 의미일 것 같은데.
아빠 > 야, 연빈이. 이거 보통 아닌데.
연빈 > 헤헤, 소가 뒷걸음치다 쥐를 잡은 것이죠. 제가 뭘 알겠어요?
아빠 > 아냐. 잘했어. 그렇게 말을 만들어 보아야 하는 거야. 한문은 뭐니뭐니해도 '말 만들기'라고 아빠는 생각하거든. 스스로 자꾸 말을 만들려고 노력하다 보면 더 좋은 어휘도 선택하게 되고, 논리도 따져 보려고 하고 아무튼 일석이조(一石二鳥), 아니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볼 수가 있는 거야.
아 참, 말이 약간 옆길로 샜군. 여하간 이 '오합지졸'은 상대방이 별 볼 일 없는, 다시 말해 어중이떠중이 같은 무리라고 깔보는 의미를 갖는 말이야. 물론 이 말에도 옛날 이야기가 있는 것은 당연하고.
전한(前漢) 말 외척이면서 황제를 죽이고 얼마 후에는 스스로 황제라 일컬으면서 신(新)이라는 나라를 세운 왕망(王莽).
정권을 도둑질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정치를 잘못하는 바람에 반란군과 도둑들의 봉기를 부채질하게 된다.
이때 왕망의 군대를 연파하며 가장 두각을 나타내게 되는 사람은 후일 후한(後漢)을 세우고 광무제가 되는 유수(劉秀)였는데, 엉뚱하게도 한단을 근거지로 삼고 자신을 성제(成帝)의 아들 유자여라 하는 점쟁이 출신의 왕랑(王郞)이라는 자가 있었다.
군사를 모으고 심지어는 천자(하늘의 아들, 임금)라 자칭하면서 자못 기세를 떨치는 왕랑을 당시 경제(景帝)의 아들 유현을 옹립하고 있던 유수의 입장에서는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서기 24년, 왕랑을 정벌하기 위해 유수는 군사를 동원하게 된다.
한편 평상시 유수를 사모하던 하북성 상곡의 태수 경황은 이 소식을 접하고 아들 경엄(耿弇)을 유수의 휘하로 보내고자 한다.
당시 경엄은 21살의 한참 나이로 무용이 출중하고 지혜 역시 남달랐던 대장부였다.
천하에 공을 떨치려는 마음에서 쾌히 승낙하고 유수의 진영으로 출발했는데 도중에 변고가 발생하게 된다.
부하인 손창과 위포 두 사람이 '황제의 혈통'이라는 왕랑의 선전에 혹해 왕랑의 진영으로 가고자 했던 것이다.
화가 치민 경엄이 이 두 사람을 끌어내고 칼 을 들이대면서 하는 다음의 말에서 위의 고사성어 '오합지졸'이 나오고 있다.
"왕랑은 이름도 없던 도둑인데 감히 황제의 혈통을 사칭하여 난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내가 장안 유수 대사마의 진영에 다녀오고 나서 상곡과 어양의 군대를 몰아 태원, 대군 방면으로 나가 별동대를 투입해서 왕랑의 오합지졸 같은 군대를 짓밟으면 마치 썩은 나무처럼 왕랑의 군대는 지리멸렬할 것이고 왕랑 역시 포로로 잡히게 될 것이다.
너희들이 이런 이치도 모르고 적과 한패가 된다면 너희 목숨은 물론이요 일족 또한 능지처참을 당하게 될 것이다."
연빈 > 그래서 그 결과는 어떻게 됐어?
아빠 > 안타깝게도 손창과 위포라는 사람들은 경엄의 얘기를 듣지 않고 왕랑에게로 가버렸지. 오합지졸을 몰라보고 그들 또한 오합지졸이 되었다고나 할까? 반면 경엄은 유수를 도와 공을 세우고 후일 대장군이 되는데, 오합지졸을 알아본 사람의 복이겠지. 오합지졸이면 나라가 망하는 것이야 당연할 테니 이번엔 '망국지음(亡國之音)"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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