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란지위 [ 累卵之危 ]
累(포갤 누) 卵(알 란) 之(갈 지) 危(위태할 위)
[알을 쌓아놓은 것처럼 위태로운 형세의 비유]
아빠 > 누란(累卵)이란 '계란을 쌓다(쌓아 놓다)'라는 말이야.
연빈 > 계란을 쌓기는 어렵잖아. 설혹 쌓아 놓았다 하더라도 언제 무너질지 모르고.
아빠 > 바로 그래. 그렇게 위험한 상황을 '누란지위(累卵之危)' 또는 '누란지세(累卵之勢)'라고 하는 거야. 의미는 쉽게 알 수 있지? 그럼 이제 그 말이 나온 배경만 알면 되겠다.
혼란의 극치를 이루던 중국의 전국시대.
위(魏)나라에 범수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집이 워낙 가난할 뿐 아니라 도와줄 벼슬아치 하나 없었다. 그래서 우선 고향의 중대부 수가라는 사람에게 의탁해 말단 직위를 얻게 되었다.
어느 해 외교 문제로 수가를 수행하여 제(齊)나라에 갔다가 본의 아니게 수가를 대신해 여러 일을 처리하는 바람에 제나라 사람들의 우러름은 받았지만, 수가의 미움을 사게 되었고 귀국해서는 모함으로 변소 속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었다.
천신만고 끝에 친구 정안평에게로 도망하여 이름도 장녹이라고 고친 범수, 정안평의 도움으로 때마침 위나라에 온 진(秦)나라 사신 왕계를 따라 진나라로 탈출한다.
이미 범수의 해박한 지식과 경륜에 반한 왕계는 진나라 소왕에게 범수를 적극 추천하는데, 다음의 그 추천하는 말에 이 '누란지위'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위나라의 장녹 선생은 정말로 천하의 외교관이며 탁월한 정치가입니다. 그 분은 우리 진나라의 정치상황을 '누란의 위기'로 진단하면서 '그러나 나를 받아 들여 나의 계책대로 한다면 태평성세를 누릴 수 있을 겁니다. 여러 번 서신을 띄우려했지만 불행히도 기회가 없었소이다'라고 하시기에 신이 선생을 모시고 왔습니다."
아빠 >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범수전(范睢傳)」에 나오는 '누란지위'의 유래야. 물론 왕계가 이렇게 적극 추천해도 진나라 소왕은 이 밑도 끝도 없고 불손하기 짝이 없는 위나라의 손님을 처음부터 달갑게 여기지는 않았어.
연빈 > 그럼 어떻게 대접했는데?
아빠 > 확 내치고 싶었지만 강국 진나라 왕의 체면상 박정하다는 평은 들을 수 없었지. 그래서 일단 낮은 자리나마 주어 의식주 문제는 해결해주게 했지.
연빈 > 범수가 화가 많이 났겠네.
아빠 > 물론 그 당시야 그랬을지 모르지.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범수의 진가가 나타나기 시작했어. 진나라 왕보다 신하인 왕계의 사람 보는 눈이 더 나았다고 할 수 있겠지. 다음은 역시 같은 어떤 위험한 경우인 '기호지세(騎虎之勢)'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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