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탄지고 [ 塗炭之苦 ]
塗(진흙 도) 炭(숯불 탄) 之(갈 지) 苦(괴로울 고)
[백성들의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이르는 말]
연빈 > '진흙탕물과 숯불의(속에 빠진) 고통'이라고 해석되니 어느 정도 의미는 짐작이 가네.
아빠 > 그래. 지독한 고통, 특히 왕(정치, 국가)의 잘못에 의한 백성들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말이야. 지금도 흔히 사용되지만 그 유래는 아주 먼 말인데 『서경(書經)』이라는 책에 나오지.
연빈 > 아빠, 『서경』이라면 사서삼경 중의 그 서경?
아빠 > 그래. 그 서경에 보면 은나라 탕왕이 폭군의 대명사격인 하나라 걸왕을 토벌하는 이유와 명분을 여러 사람들에게 나타내는 글들이 있어. '도탄지고'는 바로 그 글들 중에 나오고 있는데 자세한 것은 아래에서 보기로 하자.
중국에서 성인이라 추앙되는 요(堯)임금과 순(舜)임금으로 대표되는 하(夏)나라.
희대의 요녀 말희(妺喜)로 인해 주지육림(酒池肉林, 연못에 술을 채우고 나무에 고기를 매달아 연희를 즐기는 음란무도한 생활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의 음란한 쾌락에 빠져버린 걸(桀)왕 때에 이르면 이 하나라도 서서히 멸망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이 걸왕을 대신해 천하의 주인이 되는 사람이 다음 왕조 은(殷)을 세운 탕(湯)인데, 그 탕에게는 전 왕조인 하나라 걸왕의 폭정을 군대를 일으키는 명분으로 삼아 이미 천명(天命, 하늘의 뜻)이 하나라를 떠나 은나라로 왔다는 사실과 그 정당성을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대한 기록이 『서경』「탕서(湯書)」중의 「탕고(湯誥)」,「중훼지고(仲虺之誥)」등의 편에 나오고 있는데 그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 거병할 때 영지인 박(亳)땅에서 한 출전의 서약 ■
그대들이여, 와서 내 말에 귀를 기울이라! 나는 감히 난을 일으키려는 것이 아니다. 하나라의 죄가 하늘에 사무쳐 천명으로 이를 토벌코자 하는 것이다.
■ 걸왕을 대파하고 박으로 돌아와 제후에게 한 연설 ■
하왕은 덕을 멸하고 폭위를 떨쳐 그대들 만방의 백성들에게 학정을 가했다. 견딜 수 없던 그대들은 그 흉포한 피해를 위로는 신명(神明)에, 아래로는 지기(地祇)에 고했다. 천도는 언제나 선에게 복을 주고 음(淫)에게 화를 미치게 한다. 하늘은 재앙을 하나라에 내려 이로써 그 죄를 밝혔다.
■ 탕왕의 신하 중훼(仲虺)가 탕왕에게 알리고 또 백성들에게 알린 내용 ■
유하혼덕(有夏昏德, 하나라가 덕을 어둡게 하여)하여 백성이 도탄(塗炭, 진흙탕물과 숯불)에 떨어졌다.
연빈 > 아, '도탄에 떨어졌다'에서 바로 '도탄지고'라는 고사성어가 나오게 된 것이구나.
아빠 > 바로 그렇지. 다시 정리하면 도(塗)는 진흙탕물, 탄(炭)은 숯불이야. 그래서 도탄의 괴로움, 즉 도탄지고란 마치 진흙탕물이나 숯불 속에 떨어진 것 같은 괴로움이란 의미야. 옛날부터 문헌에 이 '도탄'이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 아마 역사라는 것이 어쩌면 백성들의 도탄, 즉 괴로움의 역사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지금도 그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지만…. 자, 다음은 역시 어떤 괴로움, 또는 위험에 관한 고사성어인 '누란지위(累卵之危).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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