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지용 [ 無用之用 ]
無(없을 무) 用(쓸 용) 之(갈 지) 用(쓸 용)
[쓸모없는 것이 도리어 크게 쓰여진다는 의미]
연빈 > ‘쓸모없는 씀.’ 이건 좀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은데.
아빠 > 그것 봐. 글자가 쉬워도 오히려 의미가 어려운 한문이 많다고 했잖아.
이런 좀 억지스럽기까지 한 말들은 주로 도가, 즉 노자나 장자 쪽에서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의미파악이 편하지 않아. 이 ‘무용지용’만 해도 『장자(莊子, 중국 고대 도가의 대표자의 저서)』에 나오는 말로 ‘쓸모없는 것으로 보이는 것에 도리어 진정한 쓰임(大用)이 있다’라 는 식으로 말을 해석해야 해.
예를 들면 산의 나무 중에서 쓸모가 있는 것은 벌목을 당해 죽지만, 쓸모가 없는 것은 쓸모없다는 그 사실로 인해 벌목을 당하지 않고 목숨을 유지한다는 것이지.
연빈 > 그것 참 복잡하네. 하지만 약간 이해가 가는 면도 있어. 촛불 같은 것도 자신의 몸을 태우는 짓을 해야만 우리가 그 밝은 빛의 혜택을 보게 되잖아.
아빠 > 와! 우리 연빈이 굉장한데. 사실 이 말은 장자가 어지러운 세상에서 인의도덕으로 유용한 일을 해보려는 공자를 풍자하려는 의도가 있어.
‘접여(接輿, 중국 춘추시대 초나라 사람으로 성명은 육통(陸通). 거짓 미친 체하고 세상을 피해 산 광인)’라는 초나라의 미치광이를 내세워서 말이야. 그러니 공자 쪽과는 정반대로 나갈 수밖에. 그래서 더 헷갈리는 거야.
연빈 > 아빠, 그럼 우리가 흔히 쓰는 ‘무용’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과는 다른 거네.
아빠 > 그렇지. 그래서 그 차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장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글쎄 확실히 이해가 될지 아니면 더 헷갈릴지 모르겠다.
장자가 제자와 함께 산길을 걷다 커다란 나무를 보았다. 가지가 무성하고 키가 큰 나무였지만 나무꾼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 나무는 잘라봐도 아무 쓸모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자 장자는 의기양양하게 제자에게 말했다.
“그것 보게. 이 나무는 쓸모없는 덕분에 자기의 천수를 다 할 수가 있는 것이네.”
그날 밤 친척집에서 기러기 고기를 대접받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울지 않는 기러기가 쓸모가 없다하여 밥상에 오르게 되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전혀 모르겠습니다. 쓸모 있는 것과 없는 것 중에서 선생님은 도대체 어느 편을 취하시는 겁니까?”
헷갈리게 된 제자가 물었다.
“글쎄다. 쓸모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중간에 있다고나 할까….
하기야 그 정도로도 도(道)에서 놀기에는 아직 부족하지. 진정 도에서 논다는 것은 칭찬도, 비난도 받지 않으면서 순간순간 순응하여 조금도 교만하지 않는 것.
뜨거나 가라앉거나 남과 다투지 않고 도에 몸을 맡겨 물(物)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어도 그 물에 이끌리지 않는 것.
그렇게 한다면 어떠한 누적(累積 ; 쌓임)도 없지 않겠는가?”
연빈 > 갈수록 태산이군.
아빠 > 그렇지만 대강 어떤 의미인지는 알겠지.
연빈 > 응.
아빠 > 사실 ‘용기’에 대한 고사성어라고 하면서 ‘勇(날랠 용)’자가 들어가는 것이 없었구. 그러니 이번에는 진짜로 ‘용(勇)’이 들어가는 ‘필부지용(匹夫之勇)’을 보기로 하자.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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