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지처 [ 糟糠之妻 ]
糟(지게미 조) 糠(겨 강) 之(갈 지) 妻(아내 처)
[가난하게 살며 함께 고생한 아내를 이르는 말]
연빈 > 이 말은 글자는 어려워도 의미는 알아. ‘본래의 부인은 버리면 안 된다’잖아?
아빠 > 허, 연빈이. 아빠가 처음에 말한 ‘고사성어 공부법’을 벌써 잊으셨군. 물론 의미야 그런 의미지. 그러나 우선은 글자 그대로 보아야 한다고 했잖아. ‘술지게미 와 쌀겨(를 같이 먹던)의 부인’이라는 식으로.
연빈 > 헤∼헤, 잊은 건 아닌데 글자가 좀 어려워서….
후한을 세운 광무제 유수(劉秀)에게는 ‘철중쟁쟁(鐵中錚錚, 많은 쇠 가운데서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이란 뜻으로, 보통 사람 중에서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 불리는 걸출한 인물들이 실로 많았는데, 이 이야기의 주인공 송홍(宋弘) 역시 그 중의 하나였다.
광무제의 누이로 미망인이 된 호양공주(湖陽公主)가 당시 대사공(大司空) 벼슬에 있던 송홍을 좋아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는데, 아무리 황제라도 송홍에게 억지를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술대접을 한다는 핑계로 송홍을 불러내서는(물론 미리 병풍 뒤에 호양공주를 숨겨놓고) 넌지시 마음을 떠보게 된다.
“옛말에 ‘부하게 되면 친구를 바꾸고, 귀해지면 부인을 바꾼다’ 했는데 자네는 그 말을 어떻게 생각하나?”
호양공주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떠보는 것을 눈치챈 송홍은 단호하게 대답한다.
“아닙니다. 저는 ‘가난하고 천할 때의 친구를 잊으면 안 되고, 조강지처는 당에서 내리지 않는다’라는 말이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의 말을 듣고도 계속 추근대거나 억지를 쓰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아주 바보거나 아예 사람이 아닐 것이다.
연빈 > 조강(糟糠)이 ‘술지게미와 쌀겨?’ 그게 뭐야?
아빠 > 참 너희는 잘 모르겠구나. 쌀로 술을 담글 때 남는 찌꺼기를 술지게미라 하고, 벼를 쌀로 만들 때, 즉 도정할 때 마지막으로 남는 거친 가루를 쌀겨라고 하는데, 아주 보잘 것 없는 음식을 말하는 거야. 그러니 바로 그런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 어려운 시절을 보낸 본 부인을 사정이 좋아졌다고 어찌 버릴 수 있겠느냐는 의미지.
연빈 > 당연하지. 당연하지.
아빠 > 하하. 의미에 대해서는 이쯤하면 될테니까 다른 설명을 약간 하기로 하지. 이 ‘조강지처’가 나오는 원문은 ‘糟糠之妻不下堂(조강지처불하당 : 조강지처는 당에서 내리지 않는 법. 집에서 내치지 않는 법이다)으로 송홍이 광무제의 의도를 넌지시 거절하면서 하는 말이야.
그는 또 이 말과 함께 ‘貧賤之交不可忘(빈천지교불가망 : 가난하고 천할 때의 친구를 잊으면 안 된다)’이라고도 하는데 두 말은 너무나 멋지고 의미가 있어 가능하면 한문 원문으로 기억해 두는 것이 좋을 거야.
사실 ‘의리’라고 하면 남자들끼리의 덕목으로 흔히 생각하는데 남편과 부인 사이의 의리야 말로 어찌 보면 반드시 지켜야 할 의리라고 할 수 있겠지.
여하간 의리에 대한 것을 봤으니 다음은 용기에 대한 고사성어 ‘당랑지부 (螳螂之斧)’.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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