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지교 [ 刎頸之交 ]
刎(목벨 문) 頸(목 경) 之(갈 지) 交(사귈 교)
[죽음을 함께 할 수 있는 막역한 사이]
연빈 > 아빠, 글자가 어려워!
아빠 > 그렇지만 뜻이야 간단하지. 刎(목벨 문), 頸(목 경).
연빈 > ‘목을 베는 친구’, 어째 이상한데?
아빠 > 하하, 당연하지. 한문은 뜻글자라서 쉽게 뜻을 알 수도 있지만 말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아주 이상한 뜻이 되어 버려. 그래서 말을 만들 때 특히 주의해야 해. 이 경우는 ‘(상대를 위해) 목이 잘릴 정도의 사귐 = 목이 잘려도(결코 변하지 않는) 사귐’으로 말을 만들어야 해. 그럼 대충 무슨 의미인지 알겠지?
연빈 > 응. 그렇지만 여기에도 분명 옛날 이야기가 있겠지.
아빠 > 물론이지.
인상여(藺相如)는 조나라 혜문왕의 신하 무현의 식객(食客, 권세가 있는 사람의 집에서 손님으로 지내는 사람)이었는데 ‘화씨벽(和氏璧, 초나라 화씨-변화(卞和)-가 봉황새가 깃든 돌에서 캐낸 옥을 부르는 말인데, 귀중한 보물을 의미)’이라는 구슬을 잘 보존해서 돌아온 공로로 상대부(上大夫)가 되고, 3년 후(BC 280년) 진왕과의 회합에서 수치를 당하는 조왕을 구해준 공으로 일약 상경(上卿)이 되어 당시의 명장 염파(廉頗)보다 지위가 높아지게 된다.
이에 분통이 터질 지경이 된 염파는 공공연히 선언하게 된다.
“나는 그야말로 죽을 둥 살 둥 공을 세웠건만 상여 그 놈은 입씨름만으로 나보다 위가 되었다. 그 놈은 본래 신분이 천한 놈이다. 그런 놈 밑에 있다는 것은 정말 수치스럽다. 한 번 본때를 보여주겠다.”
이를 전해들은 인상여는 병 핑계를 대기도 하고, 멀리서 염파를 보기만 해도 수레를 돌리는 등 온갖 방법으로 염파를 피한다.
이에 참지 못한 그의 참모 중 하나가 분통을 터트리게 된다.
“내가 당신을 모신 것은 당신의 높은 의리 때문인데 지금 염파 장군을 피해 다니는 모습은 도가 지나칩니다. 범부(凡夫, 평범한 사람)라도 수치를 알진데 당신은 그래도 상경이 아닙니까? 더 이상 그 꼴을 볼 수 없어 떠나겠소.”
이에 그 부하를 잡으며 인상여가 말했다.
“염파 장군과 진나라의 왕, 둘 중 어느 쪽이 무서운가?”
“당연히 진나라 왕이지요.”
“그 진왕을 나는 일찍이 진의 조정에서 질책했을 뿐만 아니라 늘어선 신하들도 욕보였었다. 그런 내가 아무려면 염장군을 두려워하겠는가? 생각해 보라. 강국인 진이 우리 조나라를 공격해 오지 않는 것은 염장군과 나, 두 사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두 마리 호랑이가 싸우면 둘 다 살 수 없는 것으로 내가 염장군을 피하는 것은 국가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고 개인의 원한을 뒤로하기 때문이다.”
그 부하가 감격 또 감격해서 용서를 구한 것이야 너무나 당연한 일.
한편, 이 말을 전해들은 염파 장군, 잘못을 사과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건만 상반신을 벗고 가시막대를 짊어진 채 어떠한 처분이라도 달게 받겠다는 듯 인상여의 집을 찾게 된다.
“정말 죄송합니다. 천한 집 출신이라 미처 대인의 넓고 관대한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이후 인상여와 염파는 서로 목숨을 아끼지 않는 사이가 됐다는 『사기』 「인상여열전」의 이야기.
연빈 > 갈수록 멋있는 사람들만 나오네. 으흠 대단해….
아빠 > 그래. 잘난 사람들의 이야기만 들어도 내 마음이 우쭐거리지. 그리고 왠지 잘 될 것 같지 않니? 다음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의미를 알면 약간 의외라 여겨질 ‘죽마지우(竹馬之友).’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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