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포지교 [ 管鮑之交 ]
管(대롱 관) 鮑(절인어물 포) 之(갈 지) 交(사귈 교)
[친한 친구 사이의 우정]
연빈 > 아빠, 이 고사성어는 글자가 어려워 처음부터 아무것도 모르겠어.
아빠 > 그럴 거야. 한문을 공부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 중에 하나가 사람의 이름을 알아보는 일인데, 여기서도 ‘관(管)’자나 ‘포(鮑)’자가 각각 사람의 성이기 때문이야.
연빈 > 아니, 관(管)과 포(鮑)가 성이라면 그럼 관○○, 포○○란 말이야?
아빠 > 그렇단다. 관중(管仲)과 포숙(鮑叔)이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지.
연빈 > 그럼 ‘관중이라는 사람과 포숙이라는 사람 사이의 우정’이잖아. 뭐 특별한 일이라도 있는 건가?
아빠 > 아무렴. 그러니까 고사성어가 될 정도지.
연빈 > 어느 정도 특별한지 궁금하네. 얼른 설명해 줘!
관중과 포숙은 죽마고우(아주 친한 친구)로 지냈다. 관중은 집안이 가난해 어려서부터 자주 포숙을 속였지만 포숙은 개의치 않고 끝까지 우정을 유지했다.
후일 포숙은 제나라 공자(公子, 귀한 집안의 자식이라는 의미) ‘소백(小白, 뒤에 제나라 환공)’을 섬기게 되고, 관중은 공자 ‘규(糾)’를 섬기게 되는데 이때도 관중은 줄을 잘못 잡아 꼼짝없이 잡혀 죽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포숙의 추천에 의해 소백에게 등용되고 제나라 국무총리가 되어 관중을 전국시대의 패자(제후들의 우두머리)로 만들게 된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史記)』 「관중열전」에 나오는 대강의 스토리지만 정작 ‘관포지교’의 의미를 실감케 하는 것은 관중이 후일 술회하는 다음의 내용이다.
‘내가 포숙과 장사를 같이 할 때 이익을 더 많이 챙기곤 했는데 그는 나를 욕심쟁이라고 하지 않았다. 내가 가난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지.
또 그를 위한다고 한 일이 도리어 그를 궁지로 몰아넣었어도 나를 어리석은 자로 취급하지 않았다. 이익이나 손해는 시운(時運, 시대나 때의 운수)에 의해 결정됨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또 내가 몇 번이고 벼슬길에 나갔다가 쫓겨났어도 나를 무능력자로 취급하지 않았다. 내게 시운이 없었다고 여겼기 때문이지.
또 싸움터에 나갈 때마다 도망쳐 와도 나를 겁쟁이로 취급하지 않았다. 내게 늙은 어머니가 계심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또 공자 ‘규’가 후계자 다툼에서 패했을 때 동료인 ‘소홀’은 장렬하게 죽고 나는 포로가 되었어도 나를 파렴치한 놈이라고 욕하지 않았다.
내가 진정 부끄러워하는 것은 공명을 천하에 떨치지 못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 나를 낳아 준 이는 부모지만 나를 진정 알아준 이는 포숙이다.’
연빈 > 야! 두 사람 다 대단한데. 하지만 관중은 약간 얄미운 것 같아.
아빠 > 하하, 약간 그런 면이 있지. 그래서 관중의 대단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포숙의 ‘사람을 보는 눈’ 과 ‘변치 않는 우정’을 더욱 멋있게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지.
연빈 >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여하간 두 사람의 우정은 대단해….
아빠 > 그렇지! 그럼 이 번에는 ‘수어지교(水魚之交)’에서 또 다른 멋진 사람들의 우정을 한번 보기로 하자.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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