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역지우 [ 莫逆之友 ]
莫(말 막) 逆(거스릴 역) 之(갈 지) 友(벗 우)
[허물 없이 친한 친구]
연빈 > 아빠 ‘막(莫)’이 무슨 뜻이야?
아빠 > 아, 그 글자 때문에 해석을 못하는구나. ‘막(莫)’은 우리가 ‘말 막’이라고 외우는데 ‘다음에 오는 말을 부정하는 역할을 한다’고 기억해 두면 좋아.
연빈 > 그럼 ‘거슬리지 않는 친구, 거슬림이 없는 친구’가 되는 거야?
아빠 > 그렇지. 마음에 거리낌이 없는 사이나 흉허물이 없는 사이일 경우에 이 말을 쓰게 되지. 하지만 그 말이 나온 배경은 단순히 말을 아무렇게나 막할 수 있는 사이라거나, 행동을 막해도 괜찮은 사이 정도가 아니야. 오히려 대단히 오만스러울 정도의 자부심과 서로에 대한 믿음이 바탕이 된 말이야.
연빈 > 그것 참 되게 궁금하네!
이 말은 『장자(莊子)』(중국 고대의 제자백가 중 도가(道家)의 대표자인 장자의 저서)라는 책의 「대종사(大宗師)」편에 나오는 두 무리의 대화가 그 배경이다.
하나는 자사, 자여, 자리, 자래 네 사람의 다음과 같은 대화.
“누가 무(無)로써 머리를 삼으며, 삶으로써 등을 삼고, 죽음으로써 엉덩이를 삼을 수 있겠는가?
누가 생사존망(生死存亡)이 하나임을 알 수 있겠는가? (마음에 거스름이 없는 우리 같은 친구라야 가능할 수 있겠지) 우리가 더불어 친구가 되어 보자.”
다른 하나는 자상호, 맹자반, 자금장 세 사람의 대화.
“누가 사귀지 않음 속에서 사귀고, 무위(無爲, 인위가 보태지지 않은 자연 그 대로의 행위)함 속에서 행하며, 하늘에 올라 안개 속에 노닐고 무한한 우주 속에 돌아다니며 무한을 즐길 수 있겠는가? (역시 마음에 거스름이 없는 우리 같은 친구라야 가능할 수 있겠지)”
연빈 > 참 대단하네. 그러나 너무 잘난 체 하는 거 아냐.
아빠 > 하하. 뭐 그런 면도 있지만 자부심이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 아니겠니?
연빈 > 쳇, 기분 나빠.
아빠 > 너무 그러지 마라. 물론 ‘막역지우’가 나온 배경이 그렇다는 것이지. 지금은 그냥 스스럼없이 지내는 사이라든가, 할 말 못할 말 다하는 그런 친구 사이에 주로 쓰이잖아.
연빈 > 그렇다니까 조금 기분이 풀리네. 여하간 옛날 사람들의 얘기는 뻥이 너무 쎄단 말이야.
아빠 > 임마, 뻥이 아냐!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요즘도 그런 정도의 자부심은 가지고 공부해야 되는 거잖아. 너무 대충대충하려고 하는 요즘의 상황이 더 문제지.
연빈 > 알았어. 알았어. 넘어가자고요.
아빠 > 그래 좋아, 이번엔 우리가 잘 아는 ‘관포지교(管鮑之交).’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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