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지리 [ 漁父之利 ]
漁(고기잡을 어) 父(아버지 부) 之(갈 지) 利(이로울 리)
[둘이 다투는 틈을 타서 엉뚱한 제3자가 이익을 가로챔]
아빠 > 연빈아, 지난번에 아빠가 고사성어를 뭐라고 했지?
연빈 > 고사+성어, 즉 옛날 이야기로 이루어진 말.
아빠 > 잘 기억하고 있구나. 그럼 어떤 말에 ‘고사’가 들어있는지를 알려면 어떻게 하라고 했지?
연빈 > 참내, 먼저 글자 그대로 해석해 보고 의미가 분명하지 않으면 ‘고사’ 가 들어있나 보구나 라고 생각하랬잖아.
아빠 > 제법인걸. 별것 아닌 것 같아도 그 사실만 알면 고사성어 공부는 이미 끝난 거야.
연빈 > 뭐가 그리 간단해. 다른 애들은 고사성어 공부가 어려워서 죽겠다고 하는데.
아빠 > 음, 그것은 공부방법을 제대로 몰라서 그런 거야. 뭐든지 알면 쉬운 거잖아.
이제부터 아빠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고사성어 공부가 얼마나 쉬운지 금방 알게 될 거야.
그런 의미에서도 이 ‘어부지리’는 아주 잘 선택된 놈이지.
연빈 > 아빠, 도대체 무슨 소리야? 나는 하나도 모르겠는데.
아빠 > 우선 ‘어부지리(漁父之利)’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어부의 이익’ 인데 그 이유를 알겠어?
연빈 > 글쎄, 아무래도 ‘지(之)’자가 문제인 것 같아. 나는 ‘갈 지’라고만 외웠는데….
아빠 > 바로 그거야. 이 ‘之’에는 ‘…의’라는 뜻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해석되는 거야.
연빈 > 에이, 바로 그거였구나. 그렇다면 간단하지. 근데 ‘之’는 다 ‘… 의’라고 해석하는 거야?
아빠 > 그거야 그∼때 그∼때 다르지. 하지만 거의 그렇다고 봐도 괜찮아. 여하간 ‘어부의 이익’이라고 해석했지?
그런데 이게 무슨 의미인지 분명하지 않잖아. 바로 그래서 다음과 같은 옛날 이야기가 필요하게 되는 거지.
때는 중국의 전국시대. 북동쪽에 위치한 연(燕)나라는 서쪽으로는 조(趙)나라, 남쪽으로는 제(齊)나라에 접해 어려움을 당하고 있었다. 어느해 연나라가 기근(먹을게 없어 굶주리는 상태)으로 어렵게 되자 조나라가 침략을 하려고 했다.
당시 연나라는 전력을 다해 제나라를 상대하고 있던 상황인지라 조나라와 싸울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조나라 혜문왕을 설득하기 위해 소대(蘇代,합종책으로 유명한 소진 의 동생, 말솜씨와 책략이 뛰어남)라는 사람을 초청하게 되는데, ‘어부지리’라 는 고사는 바로 그 소대가 조나라 왕을 만나 설득하는 과정에서 지어낸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부터 나오게 된다.
“제가 이곳으로 오면서 역수(易水, 중국 하북성 북부를 흐르는 강)를 건너자니 강변에서 무명조개(백합, 민물조개의 일종)가 입을 벌리고 햇볕을 쪼이고 있더군요.
그때 도요새(비가 오는 것을 미리 아는 새)가 무심코 무명조개의 살을 쪼게 되었는데, 깜짝 놀란 무명조개가 급히 껍질을 닫느라 도요새의 부리가 그 껍질에 끼이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될까 궁금하여 발걸음을 멈추고 보고 있으려니 ‘이대로 있으면 오늘도 내일도 비가 오지 않아 너는 말라죽을 수밖에 없다’라고 도요새가 말하더군요.
그러자 무명조개도 지지 않고 ‘내가 오늘도 내일도 놓지 않으면 너는 죽는다’라면서 화해할 생각은 않고 말다툼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저러한 차에 지나가던 어부가 이 광경을 보고 두 놈을 다 어망(물고기를 담는 그물)에 담아 가버리더군요.
이때 제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왕께서 지금 연나라를 공격하실 생각이신가 본데, 연나라가 무명조개라면 조나라는 도요새입니다.
연나라와 조나라가 헛되이 다투다가는 저 강대한 진(秦)나라가 어부가 되어 힘도 들이지 않고 두 나라를 집어삼킬 겁니다. 왕께서는 깊이 헤아리시기 바랍니다.”
연빈 > 야, 멋있다. 그래서 결과는? 결과는?
아빠 > 그거야 당연하지 않겠냐! 아주 바보가 아닌 바에야 그 의미를 모를 수는 없지.
여하간 결과는 해피엔딩(Happy ending)이야. 바로 여기서 ‘쌍방이 다투는 사이 제 3자가 힘들이지 않고 이득을 취한다’는 의미의 ‘어부지리’가 나오게 되었어.
연빈 > 아, 그렇구나.
참 그런데 아까 ‘고사성어’를 공부하는 비법 같은 것이 있는 것처럼 말했는데 정말 비법이 있는 거예요?
아빠 > 암, 있고 말고.
연빈 > 그럼 빨리 그 비법을 가르쳐줘야지. 나도 애들한테 폼 좀 잡게.
아빠 > 워낙 비법이란 것이 본래 간단한 거야. 전체를 대략 살펴보는 눈이 있으면 되는데, 아빠가 살펴본 바에 의하면 고사성어 중 많은 부분이 ‘지(之)’가 들어가더란 말이야.
그렇다면 이 ‘지(之)’가 들어가는 고사성어들을 우선 정복해 버리면 공부할 부분이 많이 줄어들잖아. 그것이 바로 비법이지.
연빈 > 아빤 순 엉터리. 그게 무슨 비법이야!
아빠 > 무슨 소리, 그것이야말로 아주 대단한 비법이지.
그것이 비법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앞으로 당분간 ‘지(之)’자가 들어 간 고사성어들만을 쭉 훑어보기로 하자.
[제공 : 고사성어의 재발견, 박순흥, (주)미래와경영]
즐겨찾기추가
경제
프린트
스크랩
메일전송
댓글달기
목록
이전
맨위로
메일보내기
더보기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