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보호법(2008. 6. 22. 시행)은 위법한 행정처분 또는 사인(私人)에 의한 시설에의 수용으로 인하여 부당하게 인신의 자유를 제한당하고 있는 개인의 구제와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 시행되어왔다.

 

하지만 인신보호법의 일부 미비점을 악용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정신병원이나 요양병원에 수용돼 기본적인 인권이 유린되거나,   수용시설에 위법하게 수용되어 있는 사람이 법원에 그 구제를 청구할 수 있지만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본인의 의사에 반해 수용된 사람은 약 6만 명이었으나 법원에 구제를 청구한 건수는 246건에 그쳐, 이용실적이 미미한 수준이었다.

 

또 본인의 동의 없이 유산상속·이혼분쟁 등의 이유로 가족이 강제로 입원시켜 인권이 유린되는 경우도 언론보도를 통해 자주 접하는 사실이다.

 

현재 입원실이 갖춘 국내 정신병원은 666여 곳으로 여기에 입원한 환자는 약 7만8000명 수준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이 중 본인 스스로 입원한 사람은 2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2/3 환자들은 질병 유무를 불문하고 본인 의사에 반해 억울하게 수용되고 있다는 현실과 함께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된 환자가 최근 5년 동안 급증하고 있는 사실은 인권 보장을 위한  인신보호법 개정의 필요성이 절실한 시점이었다.

 

수용자의 인신보호제도 고지 의무 강화
법무부는 개정 법령을 통해 인신보호제도 이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기존의 피수용자에게만 하던 인신보호제도 고지를 피수용자의 법정대리인, 후견인, 배우자 등 구제 청구자 중 피수용자가 지정하는 1인 이상에게 고지하도록 했다.

불법수용의 가능성이 많은 종류의 수용시설은 인신보호제도 고지를 서면으로 하도록 하여 추후에 확인이 가능하도록 하고, 서면으로 고지하여야 하는 시설의 종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부인과 사별한 재산가 A씨는 평소 자식들에게 재산을 상속하지 않고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말해 왔는데 이를 반대하여온 자식들이 짜고 A씨가 정신분열증에 걸렸다며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다.

 

이 경우 현행법에서 병원은 법원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구두로 고지하거나 서면으로 고지할 수 있으며, A씨에게만 고지하면 되고 특별한 형식에 제한이 없었다. 고지를 안 한 경우 과태료만 500만원이 부과될 뿐이다.

이처럼 구두로 고지할 경우 강제입원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고지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고, 나중에 고지 여부에 대해서 논란이 있을 경우 이를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개정안은 병원에서 법원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A씨 뿐만 아니라 A씨의 법정대리인, 후견인,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 동거인, 고용주 중 A씨가 지정하는 자 1명 이상에게도 통보하여야 하며,  대통령으로 정하는 시설인 경우 통지를 서면으로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A씨와 A씨가 지정한 사람은 법원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 수 있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법원에 구제를 보다 손쉽게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인신보호청구에 필요한 서류의 시설내 비치
위법한 수용이 발생할 개연성이 많은 시설에는 법원에 구제 청구를 하는데 필요한 서류를 비치토록 하였으며, 대상 시설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A씨가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되었으며, 입원시 법원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 받아서 알게 되었다.

 

이 경우 현행법에서는 시설내에 구제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비치하지 않고 있어 A씨는 법원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으나 어떤 형식으로 청구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외부에 도움을 청하기도 마땅하지 않은 등 구제청구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병원내에 법원에 구제를 청구하는데 필요한 양식 등이 비치되어 있어 A씨는 병원내에 비치된 양식 등을 이용해 혼자서도 어려움 없이 법원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법무부 소속 직원(인신보호관)이 수용시설 확인·점검
앞으로 법무부 소속 직원(인신보호관)이 위법수용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하여 수용시설을 점검하게 된다.

 

인신보호관은 점검의 실효성 보장을 위하여 필요시 서류제출, 관련자 면담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거부 또는 방해하는 자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위법한 수용 등을 발견시 법원에 구제를 청구
인신보호관이 위법한 수용사실을 발견한 경우 이를 본인에게 고지하고, 피수용자가 희망하는 경우 관할 검찰청 검사에게 법원에 구제청구하여 줄 것을 신청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검사는 신청이 이유 있다고 판단할 경우 관할 법원에 구제를 신청 하고, 이유 없다고 판단할 경우 관련 서류를 인신보호관에게 반환 하도록 했다.

인신보호청구가 된 자의 타 시설 이송 제한 및 수용해제시 사전 통보
수용자가 구제청구서 부본을 송달 받은 이후에는 피수용자를 타 시설로 이송할 때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수용해제시에는 인신보호관에게 사전에 그 내용을 통보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자식들에 의해 부당하게 수용되었다고 생각하는 A씨는 관할 법원에 구제를 신청하기로 했다.

 

현행법에서는 이 경우 A씨가 법원에 구제를 신청한 후에도 수용자(병원)는 아무런 제한 없이 A씨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거나 퇴원시킬 수 있었다.

특히 A씨를 입원시킨 자녀들이 법원의 인신보호 결정을 회피하기 위하여 A씨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거나, 퇴원 후 곧바로 다른 병원에 입원시켜도 이를 막을 수 없었다.

 

또 인신보호가 청구된 자가 퇴원 또는 타 병원으로 전원된 경우, 법원은 청구의 이익이 없거나, 피청구인 적격이 상실되었다는 이유로 각하결정을 하는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개정안은 A씨를 타 병원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퇴원시킬 경우는 인신보호관에게 사전에 그 내용을 통보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A씨를 다른 병원으로 보낼 경우 그 필요성에 대해서 법원의 심사를 받아야 하고, 퇴원시킬 경우 사전에 통보를 받은 인신보호관이 타 병원에 강제 입원여부를 감시하게 되어, 법원의 인신보호 결정을 회피하기 위하여 퇴원이나 전원을 이용하기 어렵게 된다.

 

즉시항고 기간 연장
시설에 수용되어 인신의 자유를 제한당하고 있는 피수용자의 사정을 고려하여 현재 3일인 즉시항고 기간을 7일로 연장했다.

 

예를 들어 A씨의 구제신청이 법원에 의하여 기각된 경우 현행법에서는 A씨가 3일 이내에 즉시항고 하여야 한다.

사실 A씨는 법률전문가도 아니고, 병원에 수용되어 있어 현실상 즉시항고장을 직접 법원에 제출할 수 없으므로 3일내에 즉시항고서를 제출하기  에는 적잖은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A씨가 7일 이내에 즉시항고 하면 된다. 이에 A씨는 7일 이내에 즉시항고장을 법원에 제출하면 되므로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즉시항고할 수 있다.